"‘공개’ 입양…자녀 정체성 확립·트라우마 최소화"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공개’ 입양…자녀 정체성 확립·트라우마 최소화"

한 아이 지붕 되어주는 삶, 감정·사랑 쌓여야 가능
‘제20회 입양의 날’ 행사 개최…49가정 117명 참가

행사가 끝날 무렵 풍선·비눗방울 쇼는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공개’ 입양된 자녀가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하고, 트라우마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11일 ‘제20회 입양의 날’을 맞은 가운데 입양 부모들이 입양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10일 광주 북구 생용동 패밀리랜드에서 만난 박형민 전 한국입양홍보회 광주전남지부장은 “결혼하기 전부터 입양을 생각해왔다. 지금 3명의 자녀가 있는데 이중 한 명은 10개월 때 가족이 됐다. 처음엔 갈등도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를 돌보는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에서 20년 간 입양문화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는 그는 ‘공개 입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지부장은 “공개 입양은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고 정체성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공개’는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정체성을 솔직히 말해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고등학생이 된 제 딸은 자신의 이야기를 친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나누고 있다”면서 “이렇게 아이에게 입양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해야 한다. 그래야 트라우마도 최소화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입양홍보회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10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생용동 패밀리랜드에서 제 20회 입양의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또 다른 입양 부모는 “결혼이 늦었고 여러 번 유산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양을 고민하게 됐다”면서 “아이 없이 지낸 시간이 길었고, 그 허전함 속에서 한 아이에게 지붕이 되어주는 삶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양을 결정한 뒤에는 수개월 동안 매주 보호소를 찾아가 아이를 안아보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처음에는 그저 작은 생명이었지만, 매주 만나며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마음이 열리면서 점점 ‘엄마의 마음’이 생겼다. 아이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신뢰를 쌓아가며 진짜 가족이 되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입양 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그는 법적 절차부터 생애 주기별 심리 변화, 생부모와의 관계 등 익혔다.

이후 2020년 11월에 생후 9개월 된 딸을 입양하며 ‘엄마’가 됐다. 하지만 진짜 엄마가 된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그는 “아이가 울어도 왜 우는지 몰라 당황했다. 피부가 예민해서 기저귀를 갈거나 옷을 벗길 때도 조심해야 했다. 손길의 온도, 말투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맞춰져야 했다”면서 “세심한 일상을 함께 보내며, 비로소 ‘진짜 엄마’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양은 단지 서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시간, 그리고 사랑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광주시와 한국입양홍보회 광주전남지부는 ‘제20회 입양의 날’을 맞아 입양가정 49가정 117명과 함께 광주 북구 생용동 패밀리랜드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는 축하공연, 광주시장 표창장 수여, ‘소망 선언문’ 낭독 순으로 이어졌다.
양홍민 기자 yhb9792@gwangnam.co.kr         양홍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키워드 :
- [사설]광주 지자체 대선 투표율 제고 결실 맺기를
- [사설]광주AI영재고 설립, 선도도시 도약 계기돼야
- 13일 광주·전남, 낮 최고기온 27도…일교차 유의
- 주담대 더 조일라…광주 경매 응찰자 2년여만 최다
- SBS '세상에 이런일이' 시즌2 29일 첫 방송
- 김새론 유작 '기타맨' 30일 개봉…마음 따뜻한 키보디스트 역
- 산불 발생…행동요령 숙지해야
- 옛 전남도청 사수한 시민군 ‘쓸쓸한 죽음’
- 도전의 무대 ‘전국장애인학생체전’ 13일 개막
- 청년이 모이는 광주 동구…‘합계출산율 0.8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