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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광주 북구 신안동 한 도로에서 폐지 수집하는 어르신이 손수레를 끌고 고물상으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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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광주 북구 중흥동의 한 고물상에 폐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
“비 맞은 폐지는 고물상에서 받지도 않습니다. 곧 장마가 시작되는데 고민입니다.”
오는 20일부터 광주·전남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파지나 신문을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1㎏에 160원이던 파지 가격이 지금은 50원으로 떨어진 데다 젖은 폐지는 고물상에서 취급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광주 북구 한 고물상 인근. 이날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도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의 손수레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의 등에는 물 흐르듯이 땀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고물상에 도착해서야 얼굴에 맺힌 굵은 땀방울을 소매로 훔친 임모씨(72)는 “1990년부터 30년 간 중식당을 운영하며 자식들을 키웠다”며 “몸이 아프고, 뜨거운 불 앞에서 오래 일해 눈도 안 좋아져 자식들의 권유로 가게를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건강 상태가 더 나빠졌다. 아내와는 오래 전에 이혼했고 자식들은 대전과 부산에 취업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하루 두 차례(오전 5시·오후 7시)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께 고물상에 판매한 폐지는 80kg이지만 손에 쥐어진 금액은 고작 4000원 뿐이었다.
새벽에 나와 6시간 넘게 거리와 골목을 오가며 손수레를 끌었지만 수입은 커피 한 잔 값 수준이다.
하지만 임씨는 다가오는 장맛비를 더 걱정했다.
그는 “비오는 날에는 거리에 나와도 허탕이다. 고물상에서 비 맞은 폐지는 받아주지 않는다. 넘어지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신안동 인근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이모씨(78·여) 역시 장마철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10년 넘는 암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이씨는 손수레 위에 올려둔 폐지를 정리하며 “비가 오면 아예 일을 못한다. 손수레가 미끄럽고 젖은 폐지는 아예 가져가지도 못해 그날 수입이 제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가 오면 그칠 때까지 하루 종일 창문만 바라봐야 한다”면서 “폐지를 말리면 된다고 하지만 그럴만한 마땅한 공간도 없고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폐지를 수집하는 어르신들은 여름철 더위와 장마에 이중고를 겪으면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고물상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북구 중흥동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장영철씨(61)는 “평소엔 하루 10~15명이 폐지를 가져오지만, 장마철엔 1~2명 내외다”면서 “폐지라도 들고 오면 다행인데 요즘 가격으론 마진 10원 남기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양홍민 기자 yhb9792@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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