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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가 11일 서울 은평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때 외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재인 좀비가 어느 순간부터 국내 콘텐츠에도 널리 스며들었다.
서울 한 복판 초고층 건물(시리즈 ‘뉴토피아’)에서도, 조선시대 궁궐(시리즈 ‘킹덤’)에서도,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영화 ‘부산행)에서도 좀비가 튀어나온다.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2008∼2011년 네이버에서 연재된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을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지우학‘은 ’K-좀비물‘의 시초격인 콘텐츠로 꼽힌다.
주동근(42) 작가는 11일 서울 은평구의 한 모임 공간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영화 ’28일 후‘(2002년), ’새벽의 저주‘(2004년)를 너무 재밌게 봤다. 세계적으로는 (좀비물이) 붐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아무도 만들지 않더라”며 “그렇다면 이 장르를 좋아하는 내가 ’팬심‘을 담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경은 가장 잘 알고 익숙한 장소인 학교로 설정했다.
주 작가는 “제가 병원에서 일했다면 배경이 병원, 경찰이었다면 배경이 경찰서였을 것”이라며 “가장 잘 아는 공간이자, 다른 사람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곳인 학교를 배경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또 “어른들이 아니라 때로는 미성숙하기도 하고, 감정에 충실하기도 한 질풍노도의 아이들이 이야기를 끌어가고, 점점 성장해서 끝내 탈출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처음 아마추어 플랫폼에 올렸을 때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꽤 오랜 기간 정식 연재 제의를 받지 못했다.
그는 “8개월 정도 연재했을 때 네이버에서 연락이 와서 ’잔인한 장면 때문에 항의가 많다. 삭제를 부탁드린다‘고 했다”며 “좌절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뒤에 ’청소년 열람 불가 카테고리를 만들었으니 정식 연재를 하자‘는 제의가 왔다”고 돌이켰다.
당시만 하더라도 공포 웹툰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 ’지우학‘은 신선함을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웹툰의 인기에도 영상화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10년대 초반까지도 여전히 좀비 영화나 드라마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 작가는 “당시에는 국내서 좀비라는 단어도 생소한 편이었다. 영화 제작사에 찾아갔더니 ’좀비를 설명해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결국 2016년 영화 ’부산행‘이 나오고, 큰 히트를 하고서야 ’지우학‘ 판권이 다시 주목받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속상했다. 조금만 빨리 나오면 (한국형 좀비 영상물) 최초 타이틀을 딸 수 있었을 텐데 싶었다”면서도 “다시 생각해보면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 이후로 투자자들의 마음이 달라지면서 ’지금 우리 학교는‘도 영상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22년 1월, 어지간한 공포 영화보다도 더 생생하게 좀비를 구현한 동명의 넷플릭스 시리즈가 공개됐다.
반응은 엄청났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를 누적 시청 수로 나열하면 ’오징어 게임‘ 시리즈 1∼3 다음이 바로 ’지우학‘이다.
이에 힘입어 넷플릭스 시리즈 시즌2도 제작 중이며, 이달 촬영이 시작됐다.
주 작가는 “시즌1보다 시즌2의 스케일(규모)이 훨씬 커진다고 해 설렌다”며 “대본은 받았지만, 영상으로 처음 확인하고 싶어서 아껴두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도 시즌2를 내놓을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저도 언젠가는 웹툰 시즌2를 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을 내긴 했지만, 이제는 좀비물이 많아져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지우학‘도 탄생한 지 어느덧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리메이크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아무래도 회사가 있는 게 아니라 제가 혼자서 만들다 보니 여력이 없다. 지금은 차기작에 에너지를 쏟는 상황”이라며 “누군가 획기적으로 퀄리티를 올려주겠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아니면 나중에 30주년쯤에 (리메이크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인터뷰 직전 그는 프랑스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에서 사인회를 하며 현지 팬들과 직접 만났다.
지난해 10월에는 벨기에, 올해 2월에는 프랑스 앙굴렘에 이어 이번에는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다.
이틀 사이에 사인회를 5번 진행했다며, 매번 유럽에 갈 때마다 빠르게 높아져 가는 웹툰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주 작가는 “예전에는 유럽에서 사인회를 하면 한인 비중이 높았다. 이제는 현지 사람들이 훨씬 많다”며 “사인회 당시 ’지우학‘ 프랑스어 단행본이 1권만 나온 상황이었는데, 재밌게 봤다고 2권은 언제 나오느냐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웹툰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웹툰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몰라서 ’웹 코믹‘ 이런 식으로 설명해야 했지만, 이제는 마크롱 대통령도 웹툰을 언급할 정도로 인지도가 올랐다”고 말했다.
바쁘게 해외를 오간 주 작가는 이제 차기작을 고민하고 있다.
“좀 진지한 오컬트 장르를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실감 나게 해서 듣는 사람을 소름 돋게 만드는 일이 좋았거든요. 공포 장르에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설정을 붙여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합뉴스@yna.co.kr
“좀 진지한 오컬트 장르를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실감 나게 해서 듣는 사람을 소름 돋게 만드는 일이 좋았거든요. 공포 장르에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설정을 붙여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합뉴스@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