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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제4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오는 10월 31일까지 목포·진도·해남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는 ‘황해를 넘어서(Somewhere Over the Yellow Sea)’다. 고대로부터 문명이 교차한 해역인 황해를 매개로, 수묵의 언어가 동아시아의 흐름과 오늘의 감각을 어떻게 잇는지 묻는다. 목포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진도 소전미술관·남도전통미술관, 해남 고산윤선도박물관·땅끝순례문학관 등 6개 전시관이 하나의 서사를 분담한다. 기획은 ‘수묵의 뿌리·확장·글로벌화’의 3개 축으로 배열돼 시대와 미학의 결을 단계적으로 드러낸다.
전통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구간은 해남에서 시작된다. 고산윤선도박물관은 공재 윤두서의 작업을 중심으로 ‘거장전’을 열어 조선 수묵의 정수를 복기하고, 땅끝순례문학관은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 ‘붓의 향연’으로 오늘의 목소리를 더한다. 진도 소전미술관은 한국·중국·인도의 채색 수묵을 한 화면에 올려 동양 회화의 색채 감각을 확장하고, 남도전통미술관은 ‘채움과 비움: 여백의 미’로 한 획과 여백이 빚는 긴장을 정밀하게 제시한다.
목포문화예술회관의 ‘새로운 자연과 움직이는 수묵’은 관람자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전개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영상이 결합되며, 고정된 화면이던 수묵이 움직임과 호흡을 갖는 동시대 예술로 변환된다. 전남도립미술관 특별전 ‘BLACK’은 해남 녹우당과 진도 운림산방에서 길러진 수묵미학을 프란츠 클라인·피에르 술라주 등 유럽 거장과 병치해 동서양 회화의 철학을 입체적으로 대비시킨다. 대형 한지 퍼포먼스, 22개 시군이 참여하는 ‘수묵기념전’ 등 지역과 이어지는 손길도 촘촘하다. 올해 홍보대사 김규리는 개인전과 미디어 활동으로 비엔날레의 외연 확장에 힘을 보탠다. 입장권은 사전예매로 할인되며, 연계 관광지·음식점·숙박 할인 혜택이 붙는다. 예술 감상의 동선이 지역 체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된 점이 이번 판의 변화다.
●국제농업박람회
예술의 여운이 남은 발걸음이 내륙으로 향하면, 전남도농업기술원 일원에서는 농업의 미래가 실증된다. 10월 23~29일 열리는 ‘2025 국제농업박람회’의 슬로건은 ‘AI와 함께하는 농업혁신, 생명 키우는 K-농업’. 핵심은 ‘전시장에서 논밭으로’의 이동이다. 관람객은 실제 포장에서 자율주행 농기계와 인공지능 농업로봇의 작동을 본다. 볏짚을 활용한 실물 조형물, 자연환경을 살린 배치 등은 농업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은 채 기술을 겹쳐 놓는다.
CES 2025 농식품 혁신상 수상 국내 기업 8곳이 합류해 농업-IT 융합의 최신 지점을 보여준다. 가정용 AI 재배기, 공기주입식 스마트팜 모듈, AI·로봇 융합 농작업 로봇, 3D 프린팅 기반 대체육, 에너지 절감형 전자차양, 밀웜을 활용한 폐스티로폼 비료·사료화, 과일 자동포장 로봇, 수정벌 활동 분석 시스템까지, 작물 생육에서 유통 포장과 데이터 관리로 이어지는 전 주기의 기술이 한자리에서 작동한다.
구성은 ‘상생마당전·농업미래전·농업산업전·비즈니스전·힐링치유전’으로 이어진다. 드론과 자율주행 장비, 스마트팜 솔루션의 시연은 ‘보는 전시’의 시간을 ‘체험하는 장면’으로 바꾼다. 청년창업농마켓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시장이 되고, 창농기업 투자 IR과 컨설팅이 맞물리며 현장의 문제를 비즈니스로 전환한다. 청소년·어린이 대상 직업체험, 단감 수확·볏짚 미로·곡물 아트 등 체험은 미래세대의 참여를 끌어들인다. 반려가구를 위한 ‘반려문화 놀이터’까지 더해져, 가족 단위 체류형 방문을 유도한다.
박람회는 25개국 380개 기관·기업이 참여하고 40만 명 관람을 목표로 한다. 입장권 사전 예매에는 최대 30% 할인과 행사장 내 쿠폰이 묶인다. 지역 관광버스 투어, 농촌 체험마을, 전통시장 이벤트 등 외부 프로그램이 병렬 배치돼 관람 후 소비 동선을 지역으로 확장한다. 박관수 사무국장은 “공익적 가치와 첨단기술이 만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농업이 산업·관광·교육과 맞물리는 ‘현장형 박람회’의 진화다.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목포로 향하면 이번 가을의 또 다른 축이 이어진다. 10월 1~26일 열리는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전국 최초의 정부 승인 ‘미식’ 테마 국제 박람회다. 30년 가까이 남도의 음식 정체성을 다져온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국제행사로 격상됐고, 세계 40개국에서 150만 명이 찾는 그림을 그리게 될 전망이다. 남도의 풍부한 제철 식재료와 전통 조리문화가 세계의 조리법·미각과 교차하는 지점이 이번 판의 관람 포인트다.
구성은 △주제관 △미식문화관 △K-푸드 산업관의 3층 구조다. 주제관은 ‘시간과 정성이 빚어낸 맛’을 테마다. 발효문화, 남도미식 장인의 도구, 잔칫날의 풍경을 미디어아트로 풀고, 천일염·김 수확 체험으로 지역의 재료성을 손끝에 감긴다. 미식문화관은 음식명인 조리 시연과 22개 시군 대표 음식·식자재 전시를 기본으로,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일본·태국 등 ‘글로벌 미식관’이 세계 각국의 조리 문법을 소개한다. 남도음식의 기본기와 세계 미식의 해석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배열이다.
현장의 열기는 경연과 파티에서 한층 더 상승할 전망이다. 해외 13개국 셰프가 남도 제철 식재료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펼치는 ‘글로벌 은둔 고수 경연’, 각국 음식을 한 번에 맛보는 ‘월드미식파티’, 남도미식과 연결한 ‘남도주류·세계김밥페스티벌’이 관람 동선을 머무르게 만들 예정이다. 아세안 10개국이 참여하는 ‘아세안 파빌리온’은 음식 전시와 전통공연을 동시에 운영해 미식과 문화의 접점을 넓힌다.
산업 플랫폼의 축도 분명하다. K-푸드 산업관에는 131개 기업이 참가해 제품·기술·브랜딩을 한꺼번에 보여 줄 예정이다. 코트라·재외동포청 주관 수출상담회는 도내 180개 식품·식자재 기업과 해외 바이어 60여 명을 매칭해 실질 거래를 겨냥한다. 세계한식총연합회와 함께하는 ‘글로벌 한식포럼’은 해외 시장 개척과 한식의 세계화·산업화를 의제로 삼는다. 박람회장을 나서는 순간, 관람은 곧장 유통과 수출, 도시 식문화와 지역 농수산업을 잇는 통로로 확장된다.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해남에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샷이 바람을 가를 전망이다. 10월 16일부터 나흘간, 전남 해남군 화원면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2025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유일의 LPGA 정규투어이자 전남 첫 개최다. 파인비치는 바다와 맞닿은 씨사이드(sea-side) 코스로 대한민국 10대 코스, 아시아퍼시픽 톱 50에 이름을 올린 명문으로 평가받는다. 바람의 방향, 파도의 리듬, 페어웨이의 굴곡이 더해지는 코스 특성이 선수들의 전략을 섬세하게 바꿔놓는다.
출전 선수 규모는 세계 랭킹 70위 이내와 초청 선수 등을 포함한 78명. 대회 실황은 전 세계 170여 개국, 약 5억7000만 가구에 중계된다. 화면 바깥에서는 지역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대회 일정이 알려지자 해남읍 숙박 예약 문의가 급증했고, 갤러리 5만~6만 명 방문 전망과 함께 교통·숙박·식음료·관광으로 이어지는 소비가 예상된다. 해남군은 행정·재정 지원을 통해 대회 운영 동선을 정비하고, LPGA·BMW는 국내외 마케팅과 홍보를 결로 묶어 대회의 완성도를 높인다. 협업 구조가 안정되면서, 스포츠 관람이 곧 지역 관광으로 연결되는 체류형 소비의 파급효과가 본격화될 환경이 마련됐다.
파인비치의 장점은 ‘화면이 사랑하는 코스’라는 점이다. 해안선과 맞물린 파노라마 뷰가 중계 화면의 몰입도를 높이고, 갤러리 동선은 18홀의 흐름을 끊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관람객은 넉넉한 시야와 해안 풍경을 함께 즐기며 경기 리듬을 따라갈 수 있다. 전남의 가을 하늘과 바다가 장면을 받쳐주면, 대회는 스포츠 이상으로 지역의 자연과 브랜드를 동시에 각인시키는 ‘움직이는 홍보관’이 될 전망이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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