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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유학길에 올라 벌써 20년이 넘게 프랑스에 머물며 활동하고 있는 재불화가 허경애 |
‘대나무 숲’ 시리즈의 새로운 착상을 위해 죽녹원을 둘러봤고, 가족과 함께 신안 비금도 등에 다녀오기도 했다. 죽녹원은 휴식차 방문했다기보다는 ‘산숲’ 시리즈와 함께 주력해온 자신의 ‘대나무숲’ 시리즈를 위해 색감이나 생태적 특질을 다시 조망해보기 위한 방문이 컸다는 후문이다. 그가 출국하기 전인 8월 14일 오후 그를 만나 프랑스로 돌아가서 펼칠 작업 방향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보다 필자의 귀를 붙잡는 이면에는 ‘제16회 광주국제아트페어’(아트광주 25·10.23∼26 DJ센터) 출품 계획 때문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굉장히 주목받는 작가를 넘어서버린 위치인데도 국내 아트페어 중 그다지 출중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광주아트페어 참여를 밝혀서다. 광주아트페어가 출중하든, 그렇지 않든 그는 고향의 아트페어이기에 광주아트페어 출품을 결심했다고 한다. 특히 광주만 빼고 부산아트페어나 대구아트페어 등 내로라하는 전시는 모두 가봤으면서 정작 광주만 빼고 못 왔기에 빚진 마음 또한 그가 광주아트페어에 출품하게 한 요인으로 읽힌다.
“정말 광주 빼고 다 가봐서(참여해봐서) 죄송합니다. 광주아트페어 권위가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짱짱한 해외 갤러리가 한 번쯤 광주아트페어에 와야 그 물에 그 물이 아닌, 퀄리티도 약간 끌어올리면서 뭔가 으쌰으쌰해야 잘되지 않겠어요. 다른 해외의 큰 갤러리들이 참여해 물꼬가 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더욱이 7, 8월에 방문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텐데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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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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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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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
“제 고향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겁니다. (광주아트페어는)저의 행복한 작품 세계를 보여드리는 자리로 만들었으면 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냥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광주하면 5·18항쟁이지만 콘셉트로 잡지는 않구요. 그냥 고국을 방문해 전시할 수 있다는, 그 시간들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2025 파리 아시아 나우 아트페어’(Paris Asia Now Artfair)가 대개 자신에게는 매력적인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자, 자신의 작품이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귀띔했다. 매번 참여를 해왔던 아트페어이기도 하다. 아시아 작가들을 위주로 진행되는 곳으로 고향의 아트페어만 아니면 그는 그곳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갤러리 등이 주목하지 않은 고향의 아트페어이지만 자신이 반드시 참여해온 현지의 아트페어를 접고, 고향행을 택한데는 그만의 생각이 있었던 셈이다. 그만큼 고향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물질적 계산 등 다른 문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고향이어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향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면 된다는 소신이다.
그는 광주아트페어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일 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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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deta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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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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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콘셉트를 잡기라기보다는 제 작품 세계를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뭔가 좀 특이하게 설치를 재미있도록 해볼까, 어쩔까 계속 구상 중이에요. 저는 두리뭉실하게 푸는 걸 좋아할 뿐 아니라 이건 토마토, 저건 사과, 그리고 배 하는 식의 작품 명제를 부여하질 않죠. 저는 작품을 하면서 항상 행복해야 되거든요. 전반적으로 제 작품을 보여줄까 합니다.”
그는 광주아트페어에서는 대작에서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의 작품은 컬러풀하고 화려한 색채 작업이 많다. 원색 계열의 독창적 질감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칼로 파 내면 입체적으로 표면이 쌓여 조각부조처럼 보이는 방식이다. 이런 그만의 작품세계를 광주아트페어 출품작들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광주아트페어에는 국내 갤러리 소속이 아니라 프랑스 현지 갤러리 소속 작가로 출품을 할 예정이다. 광주에서 그의 작품을 정식으로 소개하고,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그는 해외에 살면서 금의환향 같은 것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외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았기에 고향에 작품 세계를 많이 알리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광주와 파리 간 교류와 소통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프랑스어가 되기 때문에 소통의 자리 또한 생각해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시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광주아트페어든, 어디 갤러리든 상관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광주에서 자신을 솔루션으로 해도, 안해도 상관없지만 고향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녹색 작품을 대량 가지고 들어올 지 갤러리 관계자들과 이미 회의를 거쳤다고 밝힌 것만 봐도 광주아트페어 출품에 대해 생각하는 그의 행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아트페어 출품을 위해 정말 저와 함께 많이 활동을 하고 있는, 같은 팀이 광주로 내려오는 건 처음이죠. 그래서 많이 설레기도 하고, 제 작품을 고향에서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합니다. 지중해 문화권인 유럽권에서는 정말 저의 화려한 색감의 퍼포먼스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고향 분들에게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대감이 큽니다.”
그의 작품은 흔하게 접하지 못한 이들이 국내에 많지만 우선 코엑스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때 코엑스 관계자들이 보고 만장일치를 통해 매입해간 ‘붉은 숲’과 ‘대나무 숲’ 시리즈의 두 작품이 코엑스 B홀에 소장, 전시돼 선보이고 있어서다. 파리세르누치 뮤지엄에서 작품을 매입한 바 있고, 최근에는 루이비통에서도 작품을 매입했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전환해 작업에 매진 중인 허 작가는 현재 파리작업실에서 노르망디 시작점에 해당하는 에브르에 정착해 파리를 중심에 두고 유럽을 무대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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