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복되는 극한 호우' 배수펌프장 관리 강화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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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복되는 극한 호우' 배수펌프장 관리 강화가 답이다

최명수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회장

최명수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회장
올해도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쏟아진 집중호우로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단순한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고, 관리 부실과 노후화된 시설로 인해 피해가 확대되는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충북 청주에서는 30년 넘은 배수펌프가 폭우 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시설하우스 수십 동이 침수되고 충남 부여군?청양군, 전북 익산시 등에서도 펌프가 멈추거나 수문 개방이 늦어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 지역인 구례군의 경우에도 전력 공급 문제로 펌프가 가동되지 않아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전남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경지를 보유하고 있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고 있으며,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참담한 현실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배수펌프장은 통상 20년 빈도의 강우(시간당 60~70mm 수준)를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간당 100mm를 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하면서 기존 시설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펌프장 용량 확대와 설계 기준 상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배수펌프장 관리는 지자체와 한국농어촌공사로 이원화돼 있어 책임이 불분명하다. “관할이 아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신속한 대응이 지연되거나 상·하류 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운영 매뉴얼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농경지가 이미 침수되고 있음에도 담당자는 “수위가 기준치 이하라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으며, 경직된 매뉴얼은 현장의 유연한 대응을 가로막고 결국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매년 같은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도 개선이 더디다며 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배수펌프장은 장마철에만 관리되는 시설이 아니다. 평소에도 정기 점검과 유지보수가 이루어져야 하며, 비상 상황에 대비한 가동 훈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관리 인력은 부족하고 처우가 낮아 전문성과 책임감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수리시설 관리 인력의 고령화다. 상당수가 이미 고령에 접어들면서 집중호우나 홍수와 같은 재해 상황에서 신속하고 기민한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위해 배수장 관리 전담팀 신설과 함께 원격 제어 시스템 확대와 관리원 처우 개선 등이 시급하다. 아울러 광역 단위의 통합 관제센터를 구축해 기상 상황에 따른 하천 수위, 펌프장 가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면 대응 속도와 효율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현재와 같은 이상기후 상황에서 기존의 설계 기준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어 △배수 용량 증설 △펌프 대수 확충 △배수로 준설 등 물리적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저류지 확대와 우수관 확장 등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종합적 수해 예방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 지자체,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미루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문제에서만큼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추고 책임 있는 관리와 신속한 대응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도 지난 7월 22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포함한 자연재해 종합 대응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도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배수펌프장 관리 역시 첨단 기술과 선제적 대응 체계로 보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배수펌프장은 단순한 기계 시설이 아니라 농민의 생명줄이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피해는 곧바로 농민과 지역사회의 삶으로 이어지므로, 극한의 이상기후 시대에 배수펌프장 관리와 시설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농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인재로 고통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도록, 배수펌프장 관리 강화와 수해 예방 대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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