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내에선 구복규 군수의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화순군청에서 35년간 근무하며 사평면장·문화관광과장·화순읍장 등을 거친 행정가 출신으로, 제9·11대 전남도의원과 부의장을 지냈다. 민선 8기 들어서는 문화관광, 바이오·백신, ‘부자 농업’ 등 3대 축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하고 만원 임대주택, 24시간 어린이집, 화순적벽 개방, 연간 300만 명대 관광객 유치 등 생활·관광 분야의 체감형 과제를 밀어붙였다. 본인은 “군민이 원하면 응답하겠다”는 수준으로 말을 아끼지만, 군정의 연속성과 대형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이유로 재신임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건강설에 대해선 스스로 “이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전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문행주 상임대표다. 화순군의회(5·6대)와 전남도의회(10·11대)를 거친 16년 의정 경력에,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도의회 원내대표, 이재명 대선캠프 농어업먹거리미래본부 전남본부장 등 중앙·지방을 아우르는 당직 경험을 쌓았다. 농민운동가 출신이라는 뿌리를 내세워 현 군정에 대한 ‘정책 대안 야당’ 역할을 자임하고, 외곽조직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힘을 싣고 있다. 직선적이고 선명한 메시지로 당내 지지세를 재편하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윤영민 소장은 ‘정책+현장’ 결합형 카드다. 화순 토박이로 초·중·고를 모두 지역에서 나왔고, 전남대 정책대학원 석사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수료를 거쳤다. 7·8대 화순군의원과 부의장을 지내며 지역경제 의제를 파고들었고, 폐광지역 회생·청년 정주 확충·광주·화순 연계 산업벨트 강화 같은 민생 어젠다를 전면에 세웠다. 민관·산학 협치 채널을 넓혀 실무와 정책을 동시에 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임지락 도의원은 ‘행정·의회 실무형’ 이미지가 강하다. 화순군의회(5·6대)를 거쳐 현재 제12대 전남도의원으로, 안전건설소방위원회·보건복지환경위원회에서 지역 현안과 예산을 챙겼다. 백신산업특구 고도화, 소방공무원 건강증진 조례, 광역철도 건설 촉구 등 현안 의제에서 실적을 쌓아 “장밋빛 구호보다 작동하는 정책”을 강조한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행보로 중도층 파고들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화순은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공식이 먹히는 대표 지역이다. 2011년 재선거부터 최근 네 차례 군수 선거까지 민주당 후보가 연속 당선되면서, 출마 예정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권리당원 지형으로 쏠린다. 그 여파로 ‘의제 경쟁이 약해지고, 조직전이 과열된다’는 지적도 반복돼왔다.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 인구소멸 대응, 백신·바이오 클러스터의 일자리 확충, 폐광지 재생, 관광·교육 인프라 보강, 농가 소득 구조 개선, 광주·화순 생활권 통합 등 굵직한 과제들이 본선 못지않게 예선의 논점을 규정할 가능성이 크다. 경선 승리만이 목적이 아니라 본선에서 확장 가능한 메시지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 선거판의 변수로 떠오른 조국혁신당의 진로도 촘촘히 따져봐야 한다. 혁신당이 화순에 후보를 내면 전통 지지층의 분화와 중도층 이동이 불가피해져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당내에서도 “경선만 이겨서는 부족하다. 본선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경계심이 커지는 이유다. 반대로 혁신당이 불출마를 택할 경우, 민주당 경선의 무게는 조직전에서 정책대결로 옮겨갈 수 있다.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는 더 있다. 강순팔 전 군의원, 정형찬 화순군체육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아직 공개 행보는 제한적이다. 변수가 추가되면 표 계산은 달라진다. 다자 구도가 유지될수록 조직력·인지도의 초반 우위가 빛을 발하고, 단일화 흐름이 형성되면 ‘정책 적합도’와 ‘본선 확장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번 선거의 결은 ‘안정 대 변화’라는 익숙한 프레임을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네 명 모두 지방의회가 배경이고, 삶의 현장에서 출발한 의제들을 손에 쥔 만큼 누가 더 생활밀착 해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느냐가 갈림길이 될 공산이 크다. 예컨대 만원 임대주택과 24시간 어린이집을 넘어선 주거·돌봄의 다음 단계, 백신특구의 기업 유치와 인력 양성·정주 생태계를 묶는 설계도, 폐광지와 구도심을 잇는 순환경제 모델, 광주·화순 초광역 생활권의 교통·교육·의료 연계 등에서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화순군수 선거는 사람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체계의 경쟁이다. 누가 군정의 연속성을 더 효율적으로 다듬을지, 누가 새로운 성장 축을 설계해 실행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주민들의 냉정한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이현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