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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정년퇴직은 만 60세로 법률에 정해져 있다. 기업마다 조금씩 달라 65세인 곳도 있지만 만 60세 이전에는 정년퇴직을 시킬 수 없다. 하지만 그 전에 명예퇴직을 하는 이들도 많다. 기업에서 명퇴자를 접수해 이때 신청한 이들에게는 퇴직금에 +α를 붙여 지급한다.
이때부터 제2의 인생이 시작한다. 새로운 인생에 뛰어든 이들은 퇴직금으로 창업하거나, 여행이나 운동을 하며 노후를 여유 있게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유로운 제2의 인생을 사는 시니어가 얼마나 될까? 정년에 딱 맞춰 퇴임하더라도 살아온 기간만큼 다시 살아갈 날이 갑갑한 이들도 많다.
수중에 재물이라도 있다면 스트레스가 덜할 테지만 돈도 없고, 집도 없고 거기에 건강까지 좋지 않다면 앞날이 암울하기만 할 것이다. 거기다 직장을 다닐 때는 많건 적건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냈지만, 퇴임 후에는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기도 한다.
백세시대, 살아온 기간만큼 살아가야 하는 만큼 무조건 장수하는 것보다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건강이 흔들리면 제2의 인생도 흔들린다. 규칙적인 생활, 가벼운 운동, 꾸준한 두뇌 활동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을 떠나면 자연스럽게 사회관계망도 좁아진다. 동호회나 자원봉사,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해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파크골프가 시니어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용과 체력적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에 추천할 만하다.
셋째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매장마다 키오스크가 설치되고, AI가 폭넓게 퍼지고 있다. 디지털 문맹이 되면 노후에 사회의 자연스럽게 스며들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역마다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키오스크 활용하는 방법, AI로 음악 만들기·영상 만들기 등 강의가 개설된 곳이 많다. 지자체에서 강의료를 부담하거나 소액의 강의료만으로 배울 기회가 제공되기에 경제적 부담도 적다.
마지막으로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할까?’보다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을 하며 남은 인생에 대한 설계도를 그려보는 것이 좋다. 목표가 있으면 그에 맞춘 새로운 시작도 가능하다.
물론 위에 열거한 모든 것들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사회와 정부, 지역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먼저 교육과 전환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은퇴 후에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일이나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맞춤 교육을 시행하고 창업 및 일자리를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나 기관의 보여주기식 일회성 강의가 아니라 재취업이나 창업에 필요한 실질적으로 시니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덧붙여 문화와 여가 활동을 여유롭게 즐기고 건강을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지역 내 평생학습센터를 개설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음식, 스포츠 등 문화동아리를 운영해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니어를 단순한 ‘복지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수십 년간 사회와 경제를 지탱해 온 경험자며 귀한 인재들이다. 또한 앞으로도 얼마든지 자신의 능력과 지혜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다. 정책과 제도도 이러한 시각을 반영해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원봉사나 멘토링, 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되면 시니어들은 성취감과 자긍심을 느끼게 될 것이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백세시대의 노년은 더 이상 어둡고 암울하고 소극적인 시간이 아니다. 지금의 고령 세대는 누구보다 더 활기차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들이 새로운 삶의 전환점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활짝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 즉 제2의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