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태원 참사,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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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태원 참사, 기억하자

임영진 사회부 차장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사고가 일어났던 2022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코로나19 이후 첫 핼러윈을 앞두고 들떠 있었다. 당시 야외 마스크 해제의 해방감 등으로 10만명이 몰렸다.

그러나 좁은 골목에서 인파가 뒤엉키며 159명의 생명이 허망하게 꺼졌다. 희생자 대부분은 사회에 막 첫발을 내 딛은 신입사원, 살뜰한 막내딸 등 이제 꽃을 피우려던 청춘들이었다. 광주·전남 청년 10명도 세상을 떠났다.

그날 이후 전국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광주·전남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형 축제와 공연 등은 잇따라 취소됐고,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한동안 국화꽃과 편지, 그리고 수많은 눈물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도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은 점점 식어갔다.

분향소는 철거됐고, 희생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목소리도 줄어들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던 약속도 어느새 구태의연한 문장이 됐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만큼이라도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은,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약속을 상기해야 한다.

단순히 슬픔을 되새기는 일이 아니라, 책임을 묻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한다.

흔히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광주·전남에도 그날의 상처는 남아 있고, 특히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2022년 10월29일에 멈춰있다.

기억하지 않으면, 비극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서 발생한다. 그렇기에 ‘안전’의 무게만큼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참사에 대한 기억은 단지 슬픔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시는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상기하자는 것이다.

기억의 힘은 또 다른 생명을 지키는 밑거름이 된다.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 기억의 힘만이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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