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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종합문예지 ‘문학들’(발행인 송광룡) 겨울호(통권 82호)는 이런 흐름을 탈피해 ‘광주In문학’이라는 꼭지에서 기후재난을 조명하는 비평을 싣고 있다. ‘전남과 경북 농촌의 기후 재난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두 비평가가 발제에 나서고 있다. 유기쁨 연구원(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의 ‘농부의 감각:남도의 삶과 기후 재난’, 정숙정 외래교수(경북대 사회학과)의 ‘기후위기시대, 감골면의 풍경과 농업의 전환’이 그것.
먼저 유기쁨 연구원의 ‘농부의 감각:남도의 삶과 기후 재난’은 지금 우리가 회복할 것으로 기술이 아닌 농부의 감각이라는 점을 설파한다. 유 연구원은 대대로 전수돼온 농부의 시간 감각에 대해 좀 더 세련돼 표현되지만 농촌에서 실제로 감각하는 시간은 입춘이니, 망종이니, 하종이니 하는 단어들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며, 육체적이고 몸에 스며든 감각이라면서 때마다 노동의 종류와 강도가 달라지고, 대지에 깃들어 사는 농부들은 수많은 시간의 얽힘에 온몸으로 참여한다는 시각이다. 또 유 연구원은 올해 남도의 기상 상황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이른 봄에 이상하리만치 따뜻하다가 갑자기 추워지는 등의 급격한 기온 변동은 그렇다 치더라도 5월의 늦은 추위와 6월의 이른 무더위, 7월과 8월의 극심한 폭염과 국지성 호우, 9월과 10월의 이상 고온과 잦은 강우는 오랜 세월에 걸쳐 내려온 계절과 절기의 구분을 무색하게 했다며, 특히 일기예보가 무의미할 정도로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유 연구원은 지난해 농작업 중 숨진 농민 수는 산업 재해의 세배에 달한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유 연구원은 “농사는 단순한 식량 생산을 위한 공정이 아니다. 농사는 인간이 하늘과 땅과 뭇 존재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조응하는, 이 세계에 엮여 들어가는 중요한 방식이라며 기후위기의 시대 농사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무엇을 지킬 것인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누구와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 더불어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면서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는, 뭇 존재의 숨을 감각하며 하늘과 땅의 장단에 맞춰 농사짓던 이들의 경험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숙정 외래교수는 토착적 삶의 양식으로서의 농업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복병으로 ‘가을장마’를 꼽았다. 10월의 최고 기온이 28℃ 이상으로 올라갔다면서 끊임없이 내린 비와 따뜻한 기온 탓에 벼가 제대로 익지 못했고, 일부 논에서는 벼 이삭에 싹이 트는 ‘수발아’(穗發芽) 현상이 나타났다. 고온 다습한 환경이 나락의 발아 조건을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확을 앞둔 농가의 불안과 부담도 커졌다. 수발아한 논은 조기 수확을 해야 하지만 벼가 쓰러지고 논에 물이 빠지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는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9월 하순부터 콤바인으로 하던 수확이 11월이 되도록 벼를 베지 못한 농가도 있었다고 술회한다.
정 외래교수는 “마을이 지향할 농업은 더 큰 설비로 버티는 산업적 농업이 아니라 땅에 기대 함께 살아가는 농사여야 한다. 고령농의 느린 리듬, 여성농의 세심한 손기술, 세대가 축적한 계절의 감각, 이주 노동자의 숙련과 기여를 중심에 놓고 그 지혜와 지식이 공유지와 공유 시설로 이어져야 한다. 그럴 때 지역은 기후 위기 앞에서 더 굳건하게 살아낼 수 있다”면서 “토착적 삶의 양식으로서의 농업을 지키는 일, 바로 그것이 감골면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품위 있는 기후 대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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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0 (화)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