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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도자의 산책’ |
김 작가는 2022년 광남일보에 문학평론 ‘고독은 크로노스의 뒤통수를 부여잡고-이경림론’이 당선돼 평론가로 데뷔했다. 이에 앞서 2003년 에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메히아’가 당선돼 등단했다. 구상 시인(1919∼2004)의 제자다. 시와 평론이라고 하는 두 영역의 글쓰기에 걸쳐진 작가의 문학적 사유는 이성과 감성을 넘나드는 듯한 형국이다.
이번 평론집은 전쟁과 대립의 시대를 살면서도 가톨리시즘을 바탕으로 대긍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고 간 구상의 시 세계 전반을 본격적인 작품론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한국 시사에서 연작시 형식의 개척자로 불리는 구상의 주요 연작시를 모두 다뤘으며, 주요 개별 작품들도 두루 대상으로 삼았다. 또 일상어의 전면화를 이룩한 그의 시적 기법을 집중 조명한 ‘표현하기와 전달하기의 긴장 - 구상의 시적 기법에 대하여’는 그간 평단의 논급들과 달리 매우 세밀한 층위에서 구상 시의 기법을 분석한 글로 주목된다. 이번 평론집에는 세 편의 논문이 수록돼 있다.
북한 원산 지역에 있던 베네딕도수도원 부설 신학교를 다니며 신부가 되기를 바랐던 구상의 삶에 가톨릭교회와 가톨리시즘이 지니는 의미를 다룬 ‘구상 시에 나타난 가톨리시즘적 일원론’은 플라톤주의적 이원론을 벗어난 그의 일원론이 궁극적으로 이념대립과 냉전 시대를 살면서도 비대립적 평화의 시를 추구할 수 있는 근거였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또 ‘밭 일기’,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등의 연작시를 통해 구상이 보여 준 영원회귀 의식을 다룬 ‘구상의 연작시와 영원회귀 의식’은 ‘신의 죽음’을 선언한 니체 철학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저자는 니체의 주장이 신에 대한 무신론적 부정의식이 아니라 명령하는 신, 구속하는 신, 강제하는 신에 대한 극복을 지향함으로써 오히려 ‘신과의 화해’를 꿈꿨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논문인 ‘구상의 위기의식과 연속성의 시적 사유’는 ‘까마귀’, ‘그리스도 폴의 강(江)’, ‘유치찬란’ 등의 연작시에 보이는 구상의 사회 참여적 태도에서 위기의식을 읽어내고, 그것을 통해 그가 베르그송과 화이트헤드, 들뢰즈와 가타리로 이어지는 연속성의 형이상학을 시화했음을 분석하고 있다.
청년기에 만난 ‘은사 할아버지’의 작품을 중년의 시인이자 비평가가 돼 다시 읽었다는 작가의 감성적·이지적 내면이 탐구해낸 구상의 시 세계가 이번 평론집에 오롯이 담겨 있다.
김재홍 시인은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이시영 시 연구-비대칭성의 시론적 가능성 탐색’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집 ‘메히아’, ‘다큐멘터리의 눈’, ‘주름, 펼치는’,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 ‘기린으로 떠난 사람’이 있으며, 연구서 ‘현대시의 비대칭성과 상징성’과 평론집 ‘분열자의 산책’, 산문집 ‘너를 생각하고 사랑하고’가 있다. 2011-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예술인력으로 선정됐고, 2017년 박두진문학상 젊은시인상, 2023년 시작문학상, 2024년 한국가톨릭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가톨릭대 초빙교수와 국민대 외래교수를 맡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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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1 (수) 2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