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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초 수불 협회장이 칵테일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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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초 광주 칵테일바텐더 수불 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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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거제시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수불협회 회원들이 1·2위의 성적을 거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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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여수특산물 전국창작칵테일대회에서 수불 협회 회원들이 1·2·3위의 성적을 거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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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란 증류소의 공식 레시피로 지정된 수불 협회의 칵테일과 페어링 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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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수불협회 주최로 열린 시음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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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밤은 조용히 변하고 있다. 한때는 ‘어렵고 낯선 공간’으로 여겨졌던 바(BAR)의 문턱이 조금씩 낮아지고, 술을 소비가 아닌 경험으로 받아들이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광주 칵테일바텐더 수불 협회가 있다.
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동초 회장(44)은 바텐더를 단순히 술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술로 공간과 시간을 설계하는 셰프”라고 표현한다. 술 한 잔에 이야기를 담고, 그날의 기분과 기억을 정리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김 회장이 처음 술을 다룬 것은 스무 살 무렵이었다.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선배의 권유로 우연히 발을 들였지만,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그는 자연스럽게 다시 바 앞에 섰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다.
경력은 어느덧 20여 년.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운영 중인 자신의 가게 ‘쉐이커’도 올해로 문을 연 지 7년째를 맞았다. 그가 협회를 만들게 된 계기 역시 거창하지 않았다. 광주에도 제대로 된 바 문화를 뿌리내리고 싶다는 마음, 그 단순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2023년에 5월 발족한 단체가 광주 칵테일바텐더 수불 협회다. 협회 이름인 ‘수불’은 술의 어원으로 전해지는 말이다. 발효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옛사람들이 ‘물속에 불이 있다’고 표현했고, 그것이 ‘수불’로 불리다 오늘날 ‘술’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김 회장은 이 이름에 “술의 본질과 사람의 시간을 함께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술을 잘 몰라서는 바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인식부터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5년 전만 해도 광주에는 협회는 커녕 ‘칵테일 바’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칵테일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서울이나 해외로 나가야 했고, 술을 즐기는 문화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수불 협회가 가장 먼저 시작한 활동은 시음회였다. 시음회는 술을 ‘공부’가 아닌 ‘경험’으로 풀어냈다. 위스키와 칵테일을 편안하게 맛보고, 부담 없이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만들어 진입 장벽을 낮췄다.
2023년 6월부터 협회 단위로 시음회를 열기 시작하면서 변화도 뒤따랐다. 개인 바텐더로 활동할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주류 회사들이 하나둘 광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협회가 생기기 전에는 술을 들여와도 영업사원 얼굴 한 번 보기 힘들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서울에서는 회사별로 여러 명의 영업사원이 활동하지만, 호남권은 단 한 명이 지역 전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술에 대한 설명이나 마케팅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시장이 형성되자, 광주에도 주류 회사들의 관심과 소통이 시작됐다.
협회의 활동은 지역을 넘어 해외로까지 확장됐다. 위스키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의 딘스톤, 부나하벤, 토모버리, 레이칙 등 해외 유명 증류소들과 인연을 맺었고, 특히 스코틀랜드 아란섬의 아란 증류소와 함께한 공식 시음회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시음회에서는 아란 위스키에 어울리는 칵테일과 음식을 함께 구성하며 ‘술로 떠나는 여행’을 제안했다. 광주 협회가 개발한 칵테일 레시피가 스코틀랜드 아란 증류소의 공식 레시피로 채택되는 성과도 거뒀다.
올해에는 나주에서 더 큰 규모의 시음회를 준비 중이다. 현재는 광주 협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남권을 넘어 전국 단위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협회는 시음회뿐 아니라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조주기능사 수업을 진행해 국가자격증 취득을 돕고, 각종 대회 참가비 지원과 멘토링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바텐더의 급여 구조상 10만원이 넘는 대회 참가비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라며 “그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원은 성과로 이어졌다. 지역 출신 바텐더들이 전국 대회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광주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칵테일 대회는 맛뿐 아니라 색과 향, 기술적 완성도, 퍼포먼스, 술에 담긴 의미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코칭 없이는 입상 자체가 쉽지 않다.
수불 협회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 결과 전국 바텐더 국가대표 선발대회 3회 연속 1위, 2023년 거제 대회에서는 1·2위, 여수 식음료 대회에서는 1·2·3위를 모두 협회 소속 바텐더들이 차지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대회에서 수상자를 배출하며 협회의 위상을 높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김 회장은 “협회 주최나 주관으로 전국 대회를 여러 차례 열었지만, 정작 광주에서 대회를 연 적은 없었다”며 “지난번에도 장소를 찾지 못해 경남 거제에서 대회를 열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 역시 전북 군산시와 강원도 강릉시가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그는 지역적 의미를 살려 광주나 전남에서 개최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장소를 찾고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세금 구조로 인해 면세점 가격과 주점 판매가 사이의 차이를 오해받는 경우도 있고,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매출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곳도 많다. 바의 구조상 폐업 역시 쉽지 않아 부담은 더욱 크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바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칵테일 바가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처음 오는 사람도 부담 없이 문을 열 수 있고, 잠깐 들러 술 한 잔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갈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면 충분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손님이 ‘힘들었는데 여기서 술 한 잔 하고 힐링했다’고 말해줄 때요.” 그 한마디는 2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를 다시 바 앞에 서게 만든다.
광주 칵테일바텐더 수불 협회가 지향하는 것도 결국 그 지점이다. 술을 파는 일을 넘어, 사람의 하루를 정리해주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건네는 일. 수불은 광주의 바 문화를 전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들은 한 잔의 술에 도시의 밤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엄재용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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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1 (수) 21: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