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터리 화재, 알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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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배터리 화재, 알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다

채덕현 광주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장

최근 우리 일상의 편리함을 책임지는 수많은 기기들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씨’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 그리고 각종 무선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배터리는 현대인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화재’라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24일 오전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주택에서 119신고가 접수됐다. 전기공구를 충전하던 중 배터리에서 불이 나 주방과 집기류 일부가 소실됐다. 다행히 소방대의 신속한 진압으로 큰 화를 면했지만,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시간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온 가족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8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의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는 더욱 참혹했다.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빌라 4층, 안방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 스쿠터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발화한 것이다. 벽면 콘센트에 멀티탭을 연장하여 충전하던 중 배터리 함 내부 셀에서 천공·파열이 발생하며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 이 화재로 같은 가구 내 4명이 구조됐고, 그 중 20대 남성은 전신 3도 화상을, 50대 여성은 기도 화상으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기를 흡입한 이웃 주민 9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하나다. ‘충전 중인 배터리’가 불씨였다.

배터리 화재의 핵심 위험은 ‘열폭주(Thermal Runaway)’다. 배터리 내부 온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냉각이 불가능한 연쇄 반응이 시작되고, 유독성 가스와 함께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다. 겉으로는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서 열이 계속 축적돼 재발화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화재보다 훨씬 위험하다.

전기자전거와 전기 스쿠터의 배터리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전기차에 비해 안전 규제가 느슨하고 저가·불량 충전기 사용이 잦은 데다, 아파트 복도나 현관, 심지어 침실에서 충전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유일한 대피로가 순식간에 차단될 수 있다.

이처럼 배터리 화재는 이제 우리 일상 어느 공간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광주에서도 아파트 주차장과 복도, 충전 중인 캠핑카 등에서 유사한 화재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예방은 어렵지 않다. 충전은 반드시 제조사 인증 충전기를 사용하고, 외출 중이거나 취침 전에는 충전기를 뽑아 두는 것이 기본이다. 충전 장소는 침실 같은 밀폐 공간보다 환기가 잘 되는 곳이 안전하며, 문어발식 멀티탭 연결은 금물이다. 배터리가 부풀거나 과열된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의심스러울 때는 주저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배터리 화재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매일같이 충전 중 자리를 비우지 말 것과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적인 119 신고를 당부하고 있다.

배터리 화재는 단순히 기기의 결함이라는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그것을 다루는 사용자의 ‘습관’에서 기인한다. 우리가 편리함을 위해 선택한 기기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밤, 거실이나 현관에서 충전 중인 전동 킥보드나 전기공구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자.

작은 주의와 올바른 습관 하나가 소중한 생명과 가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편리함을 누리는 만큼 그에 따르는 안전의 책임도 함께 짊어질 때, 비로소 우리의 일상은 진정으로 안전해질 수 있다. 그것이 안전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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