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전시 포스터. 박광진 얼굴 사진(왼쪽 두번째)만 자화상. 이 자화상은 동경미술학교 과제물로 제출된 것으로 동경미술학교에 소장돼 있다. |
![]() |
| 전시 전경 |
하지만 근현대미술사로 폭을 넓혀 새로운 작품을 접할 수 있거나 국내에 아주 희소한 가치를 띄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라면 당장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현대미술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중요한 접점에 자리한 미술계 인물의 작품이라면 이달 지역 미술읽기의 풍향계는 바뀔 수 밖에 없다. 국내에는 작품을 거의 찾을 수도, 관람할 수도 없는 작품이 한 갤러리에서 소장작으로 전시 중에 있다.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3월 3일까지 ‘남도 화백의 맥-시대를 잇다’라는 타이틀로 열릴 광주 동구 동명로 소재 수하갤러리(대표 장하경)의 소장 작품 기획전이 그것이다. 이 기획전에는 낯선 이름의 작가 작품이 출품됐다. 수하갤러리의 소장작품의 하나로 출품된 황해도 개성 출신 박광진의 미상 작품이 지역미술계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 작품은 국내 최초 서양화 미술그룹인 녹향회를 결성, 산파역할을 한 박광진이 오지호 등 서양화가들과 전국을 돌며 스케치 여행을 하다가 목포 유달산과 인근 천주교를 대상으로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오지호 화백은 이 그룹 2회 때부터 동참해 박광진과 연을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이 작품은 대략 8호 정도 크기로 몇몇의 화가들에게 선을 보였다. 이들 화가는 물감을 좋은 것으로 썼는지, 천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나 보존 상태가 아주 좋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장 대표는 술회했다.
이 뿐만 아니라 국내 한 옥션에 배동신 화백의 작품을 묻다가 박광진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것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보존해야 할 것이지 자신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점도 덧붙여 들려줬다.
국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은 그의 작품 사정상 이번 출품작은 대개 희귀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작년도는 1940년으로 추정된다. 작품에 기입돼 있어서다. 원래 박광진이 목포에 와서 작업한 작품을 자신의 동생에 넘겨준 것으로, 그의 동생은 결혼해 신혼살이를 목포에서 하고 있었다. 그래서 1940년 신혼 때부터 동생이 간직해온 작품이다. 장 대표는 입수 계기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언급했다.
오지호 외에도 의재 허백련도 폭넓은 인연을 쌓았다. 작품이 의재와 나란히 걸려 있다. 의재와 박광진의 인연은 1937년 경복궁 옆에 세운 조선미술원 때문이었다.
조선미술원은 박광진이 주도해 세운 국내 최초 미술교육기관으로, 박광진이 서양화부 동양화부 조각부 등을 개설해 운영한 가운데 서양화는 자신이 맡고, 동양화 채색화는 이당 김은호, 남종화는 의재, 조각은 김복진을 각각 초대해 아이들 지도를 맡겼다.
건물 규모는 서울 중학동(中學洞)에 위치한 총면적 80평의 3층 규모의 서양식 석조 건물로, 1층에는 사무실 및 사교실(내방객 및 예술가들의 교류 공간), 2층에는 동양화실 및 서양화실(실기 연구 공간), 3층에는 조각실 및 숙직실, 지하실에는 조각 제작 및 주물(casting)을 위한 특수 작업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 |
| 의재 허백련 작품과 박광진 작품(오른쪽). |
![]() |
| 조선미술원 창립 공고문(제공=수하갤러리). |
수하갤러리가 제작한 전시 포스터에는 다른 출품작가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자화상이 실렸다. 이 자화상은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한 박광진이 졸업 무렵 과제물로 자화상을 반드시 제출하게 돼 있는 학내 규정에 따라 제출했던 것이다.
이번 전시는 많은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근대미술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지만 ‘이름만 남아있는 비운의 작가’로 불리는 박광진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데서 의미를 더한다.
이에 따라 전시는 남도 화단의 기틀을 세운 선대 거장들의 미공개 소장품도 함께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이자, 오랜 시간 정성껏 소장해온 작품들을 중심으로 시공을 초월한 작가들의 열정을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시 출품 작가로는 박광진 작가외에 작고작가인 허백련 현중화 배동신 임직순 조방원 김형수 이창주 문장호 김종수 양영남 황영성, 그리고 현재 활동 중인 김대원 김종경 문인상 박문수 박홍수 설조환 양홍길 이득선 이동환 이사범 임정기 장현우 정명숙 정상섭 주재현 진원장 최영훈 최재영씨 등이다.
장하경 대표는 전시에 앞서 “박광진에 관한 홍대 논문도 있고, 오지호 관련 여러 글들에서도 박광진의 이름이 나온다. 일제 치하라 국전 전신인 선전에는 일체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접했다. 일본 치하라서 그런 것 같다. 이분은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하는 등 학생들을 길러냈다. 이런 것들을 위해 자본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면서 “수하갤러리의 컬렉션에서 작가 한 분 한 분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가까이에서 만나보기를 바란다. 부디 귀한 걸음 해 자리를 빛내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2.09 (월) 20: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