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세상읽기]접두어 ‘K’전성시대,앞으로도 계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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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의 세상읽기]접두어 ‘K’전성시대,앞으로도 계속되길

[김상훈의 세상읽기]접두어 ‘K’전성시대,앞으로도 계속되길

#1.

1950년대~197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미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유행했다. 이는 미국산 제품을 무조건 선호하던 당시 시대상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것인데 단순한 과장이 아닌 한 시대를 통과하며 차곡차곡 쌓인 미국 제품에 대한 신뢰의 역사가 함축된 표현이었다.

실제로 해방 이후 3년 동안의 미군정과 6·25전쟁 기간 미국문화는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에 유입됐다. 미제물품의 유통도 활발해졌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 과정에서 이들 제품은 좋은 품질과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줬고 수많은 사용 경험과 입소문을 통해 ‘미국산이면 일단 믿고 사용한다’는 무한 신뢰까지 생겼다.

당연히 미국문화에 대한 동경과 미제 선호경향이 매우 고조돼 갔고 당시 미국 물건들은 고급 사치품이자 ‘명품’의 동의어였다.

수입이 엄격히 제한된 시대여서 이들 물건들은 불법 유통되기 일쑤였다. 미국 구호물자를 그대로 또는 조금씩 손질하거나 가공한 물건들이 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에는 불법으로 유출된 미제 물건시장이 형성됐고 단속반이 나오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해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1983년 수입 자유화가 본격화되면서 도깨비시장은 쇠퇴해졌고 미제에 대한 선망도 조금씩 옅어졌다. 현재는 한국제 품질이 개선되고 해외직구가 발달하면서 미제 물건은 노년층의 추억·향수 성격으로 소비되고 있다.



#2

예전 우리나라가 ‘made in USA’를 동경했던 현상이 전세계에 나타나고 있다. ‘미제’ 대신 ‘Korea’의 약자인 ‘K’란 글자를 어두에 붙이는 K-팝, K-푸드, K-드라마, K-뷰티, K-패션, K-바이오, K-메디컬, K-사이언스, K-방역 등으로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무슨 단어 앞에든 ‘K’란 한 글자만 깔끔하게 붙이면 전세계에 통용되는 접두어 ‘K’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K-팝의 역할이 컸다.

단순한 장르를 넘어 미디어 기술과 결합된 K-팝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당대의 아이콘들을 탄생시키며 전세계를 열광시키며 글로벌 문화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또 미국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 등 영화, 드라마, 문학을 망라한 K-콘텐츠의 저력도 한몫했다.

코로나19와 K 콘텐츠 확산에 편승한 라면·김치·김밥 등 K-푸드의 해외 수요와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

군수품을 생산하는 한국의 방위산업을 뜻하는 K-방산도 가격 대비 성능과 빠른 공급 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2024년 수출 약 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3.

접두어 K대열에 반도체산업도 가세하고 있다.

K 반도체 역사는 1965년부터 시작됐는데 미국의 고미그룹이 국내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해 트랜지스터를 조립하면서 반도체 소자를 생산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그 후 외자도입과 정부의 지원을 거쳐 1990년대 메모리 초격차를 만들고, 2000년대 이후 삼성·SK하이닉스 중심의 메모리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제는 글로벌 AI산업의 ‘필수 중의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 7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는데 반도체산업 비중이 24.4%(1734억달러)나 됐다. 덕분에 비관론 일색의 지난해 경제에서 성장률 1%를 지키는 일등공신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메모리칩이라는 하드웨어 공급권을 장악하고 있다.

최첨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기존의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로 AI산업의 미래와 생태계를 좌우하는 핵심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코스피지수 5800 돌파 등 활황의 한국 증시를 이끌고 있고 불황기 세수 증대에도 단단히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제품이나 음식, 문화 등에 ‘K’란 글자를 어두에 붙이면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접두어 ‘K’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먹힌다’는 인식은 너무 자연스러워졌고 이에 대한 자긍심도 대단하다. 앞으로도 이 현상이 진화, 발전 등의 과정을 거쳐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김상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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