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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0원짜리 지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행 중인 지폐중 가장 액면가가 낮다. 전면부에는 조선시대 유명 사상가이자 유학자인 이황, 그리고 그가 좋아했던 매화나무, 수학을 했던 성균관 명륜당이 그려져 있다. 후면부는 그가 생전에 학문을 닦고 연구한 도산서원의 초창기 모습을 묘사한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사용됐다.
1975년 처음 발행됐을때만해도 그 가치는 상당했다. 당시 대중교통 이용이 100원·500원짜리 동전만 있으면 가능했던 시절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은근히 많았다. 1000원짜리 짜장면을 파는 중국집이나 1000원짜리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았다. 과자 2~3개는 거뜬히 살 수 있었고 김밥천국에서 판매하는 김밥 1줄에 1000원이었다.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가치가 조금 하락했지만 그래도 2000년대까지 버스나 지하철 요금, 컵라면이나 기본 김밥, PC방 요금 등 기본적인 한 가지 간단한 행위는 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어졌다. 일부 편의점과 1000원 생필품 상점이 그 명맥을 유지했지만 실상 사려고 하면 살 수 있는 물건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과자들이 1000원 따위는 가볍게 넘겼고 버스비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대에 들어서서는 아예 잔돈의 지위로 내려갔다. 1990년대, 2000년대의 100원이나 500원의 위치가 된 것이다. 붕어빵 한 봉지도 사기 어렵고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이 고작 생수 한 병일 정도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드물어졌다.
#2
하찮은 존재로 전락한 1000원이 최근 광주지역 자치단체들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먼저 광주 서구의 ‘천원의 동행’시리즈를 통해 나눔과 배려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단 돈 1000원에 우리 밀로 만든 국수를 먹고 택시도 탈 수 있고 아이도 맡길 수 있는 등 착한 복지정책을 확장해 나가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3년 3월 양동시장에 처음 문을 연 ‘천원 국시’ 1호점’은 노인과 임산부, 어린이 등에게 1000원에 지역 생산 우리밀로 만든 국수를 판매하는 가게다.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된 이곳에는 22명의 노인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1일 100그릇씩의 국수를 한정 판매하고 있는데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맛으로 점심시간마다 장사진이다. 지난 6월 유덕동에 ‘천원 국시’ 10호점이 문을 열 정도로 인기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 우리밀 소비 촉진, 지역 나눔문화 확산이라는 1석3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서구는 또 중증질환자들이 병원 이동 시 1000원만 내면 되는 ‘천원택시’도 지난 6월부터 광주 최초로 운영하고 있고 부모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돌봄이 어려운 가정을 위한 ‘천원 긴급돌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자활 참여자가 장애인 가정을 직접 방문해 세탁물 수거·세탁·배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돌봄형 서비스인 ‘천원애(愛) 드림세탁’사업을 시행하는 등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3
광주 광산구는 1000원에 민생경제 활성화 ‘아이콘’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 제공을 통한 소비 촉진을 위해 12개 정책과제를 실행하는 ‘천원 더가치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주택가·골목상권 주변 9개소 공영주차장의 2시간 주차요금을 1000원으로 낮춘 ‘천원 주차장을 운영해 주민 이용률을 높여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천원 페이백’ 제도를 도입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추가적인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천원 거리’를 조성해 야간 시장 및 상가별 특색있는 천원 물품 판매와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통해 시민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취약계층에게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1000원에 제공하는 ‘천원한끼’식당은 지난해 5월 송정 1동에 처음 문을 연 이래 현재 4곳이 운영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농 복합도시인 지역 특성상 평동, 임곡동, 동곡동 등 36개 마을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천원택시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천원 수거보상제’, ‘천원 기부’, ‘천원 문화마실’, ‘천원 파크골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원’을 활용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소외계층이 힘든 겨울이다. 민생경제 활성화와 이웃배려를 상징하는 귀한 몸으로 거듭난 1000원이 주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전해주길 바란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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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 (월) 04: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