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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총명 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
인지행동치료(CBT) 관점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왜곡된 신념과 정서적 여과가 혐오 표현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특정 집단이나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선택적 지각과 공감의 차단이 결합될 때 혐오는 놀이문화의 탈을 쓰고 일상에 침투한다. 스타벅스 사태의 본질은 이러한 인지적 왜곡과 혐오 표현이 기업의 시스템 내부에서 걸러지지 않고 공식화되었다는 점에 있다. 대중이 분노하는 이유는 물리적 피해 가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들이 공유하는 역사적 슬픔과 가치가 조롱당했다는 정서적 모멸감, 즉 심리적 안녕감(Psychological Well-being)의 붕괴 때문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해 주체가 취해야 할 유일한 심리학적 해결책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한 관계의 복원에 대한 ‘노력이 느껴지고 보이는가’이다.
그러나 정용진 회장의 사과는 책임을 분산시키는 합리화 형태의 방어기제의 발현에 그쳤다. 심리학에서 ‘진정한 사과’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상대가 입은 고통을 온전히 스스로 ‘직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서로 이해하자”라는 언어적 수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평평한 운동장 위에 나란히 올려놓는 인지적 오류를 범한다. 이는 잘못의 본질을 흐리고, 마치 대중의 분노를 ‘이해심이 부족해 발생한 갈등’인 것처럼 프레임을 전환하는 왜곡이다.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책임을 분산하려는 사과는 피해자에게 ‘내 고통이 부정당했다’는 무력감을 심어주며, 이는 심리학적으로 1차 가해만큼이나 치명적인 ‘2차 심리적 외상’을 유발한다.
심리학과 위기 관리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세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첫째는 ‘무조건적인 책임 인정’이다. “오해를 샀다면 죄송하다”라거나 “의도는 없었으나” 같은 조건부 단서는 심리학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내적 불안의 방증이며 대중에게 즉각적인 거부감으로 느껴져 사과를 차단한다. 둘째는 ‘구체적인 고통의 공감’이다. 자신이 어떤 사회적 상처를 건드렸고, 그것이 어떻게 집단적 상처를 자극한 표현인지를 명확한 언어로 서술해야 한다. 셋째는 시스템적 차원의 ‘재발 방지 약속과 구체적인 대책’이다. 이 세 요소가 결합할 때 비로소 대중은 인지적으로 사과의 진정성을 수용하고 분노를 가라앉히게 된다.
해외 기업의 사례는 진정한 사과의 심리학이 기업의 생존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2018년, 미국의 스타벅스 본사는 필라델피아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앉아 있던 흑인 남성 2명을 직원이 신고해 체포되게 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CEO는 즉각 행동했다. 그는 비난의 화살을 현장 직원에게 돌리지 않고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스타벅스 전사적 시스템의 실패이며, 전적인 책임은 CEO인 나에게 있다”라고 책임을 온전히 자신에게 귀인(Attribution)했다. 이어 미국 전역의 8천여 개 매장 문을 닫고 17만 명의 직원에게 인종 편견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이행했다. 가해자가 책임을 완전히 수용하고 고통에 깊이 공감했을 때, 대중의 분노는 진화되었고 브랜드의 신뢰는 회복되었다.
반면, 고통에 공감하지 못해 파국을 맞이한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2018년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는 중국인 모델이 젓가락으로 이태리음식을 어설프게 먹는 광고를 내보내 아시아 문화 모욕 논란을 일으켰다. 초기 디자이너들은 “문화적 차이일 뿐이며, 내 계정이 해킹당했다. 중국 없이도 잘산다”라는 유치한 방어기제를 펼쳤다. 거센 불매운동 직후 부랴부랴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진정성을 상실한 사과는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들은 고통받는 대중의 심리를 읽지 못하고 오만하게 대처하다가 거대한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사과는 단순히 언어적 기술이나 위기 모면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다시 잇는 고도의 정서적 치유 과정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진정으로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고자 한다면, “서로 이해하자”는 식의 훈계형 수사 뒤로 숨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의 시스템이 왜 극우적 혐오의 놀이터가 되었는지 뼈저리게 직면해야 한다. 상처 입은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진실된 고백과 철저한 인적·시스템적 쇄신만이 집단적 분노를 가라앉히는 유일한 심리학적 해법이다.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없다. 긴 심리학적 분석을 이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관리커뮤니케이션 하나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이 뭔들 제대로 해낼까? 하긴 무지한 척 피하는 것도 병법 중 하나이긴 하니.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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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2 (화) 19: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