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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기 서부권본부장 |
농업을 군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방향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신안의 뿌리는 여전히 농수산업이다. 재생에너지와 관광산업이 성장하더라도 농어업이 흔들리면 지역의 기반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어민소득 증대를 강조한 것은 새 군정이 반드시 챙겨야 할 과제다. 그러나 개혁은 방향만큼이나 방법도 중요하다.
당선자는 햇빛·바람연금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발전시설로 인해 직접 피해를 받는 주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언뜻 보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햇빛·바람연금은 단순한 피해보상 정책이 아니다. 신안군이 전국적으로 주목 받은 이유는 재생에너지 수익을 군민과 공유한다는 발상의 전환 때문이었다. 피해보상에 머물지 않고 지역 공동체가 에너지 산업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모델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신안군 재생에너지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제도는 수정할 수 있다. 보완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급 대상을 피해주민으로 한정하는 순간 정책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연금’이 아니라 ‘보상’이 된다.
신안군이 수십 차례 조례 제정과 제도 보완을 거쳐 오늘의 햇빛·바람연금 체계를 만든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도는 비판할 수 있고 개선도 가능하다. 그러나 공동체 전체가 성과를 공유한다는 정책의 본질까지 훼손해서는 안된다. 군정의 역할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축을 함께 성장시키는데 있다. 공직 사회에 대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당선자는 공무원 조직의 정책 운영 과정에서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불법과 비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법 위반 행위가 있다면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취임도 하기 전에 형사처벌 가능성이 먼저 거론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행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제도가 행정을 만들지만 정책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공직사회는 군정 운영의 대상이 아니라 군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주체다.
정책 실행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나 잘못을 캐묻고 책임 추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기존 조직의 경험과 역량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은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 건강한 개혁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을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위축되면 행정의 안정성과 정책 추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안군은 지금 중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사업, 농·수산업 경쟁력 강화, 인구 감소 대응, 교통망 확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시기에 필요한 것은 불안과 긴장이 아니라 신뢰와 안정이다. 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개혁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발전이어야 한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여서는 안된다.
햇빛·바람연금이 담고 있는 가치도 공직사회가 지닌 경험과 역량도 신안군의 소중한 자산이다. 민선 9기 새 출발에 나서는 단체장의 의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새 군정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군민이 김태성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첫 번째 리더십일 것이다.
광남일보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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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4 (수) 22: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