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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현 대동문화 전문위원 |
삼성·SK하이닉스 등 대기업 호남 유치는 향후 광주 전남의 20년~30년 후의 성장 동력을 점화시키는 국정 과제다. 이 대통령은 “호남 투자가 800조원 규모로 크지만 역사적으로 쌓인 누적 투자 격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동서 격차를 만회할 첫 출발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언명하면서, “호남에 대한 차별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전제하고 “서남권이 주도하는 혁신을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산시켜 전세계가 필요로 하고, 그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지속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국가 균형 발전의 이정표를 호남에 세우겠다고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7월 1일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거대한 닻을 올렸다. 정부가 우리 지역에 안겨준 ‘서남권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시대적 선물을 우리는 어떻게 안아 들여야 할까. 대통령의 의지는 당당하고 확실하지만, 기업들은 호남 투자에 대해서는 입지와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어 미심쩍다.
첫째, 공간의 성격을 ‘반도체 팹 지대’에서 ‘문화적 정주 공간’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본질적으로 첨단 지식 산업이며, 이를 이끄는 핵심 인력들은 공장 기계나 로봇이 아니다. 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쾌적한 주거, 우수한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 풍부한 문화적 인프라를 즐길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도시를 원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행정 구역의 물리적 통합을 넘어,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과 지역 고유의 문화 예술이 융합된 매력적인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인재가 머물고 싶어 하는 토양을 위해 교육 정책과 체계에 비상한 특단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자본도 그 위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첨단 AI 기술자의 주거 도시’를 넘어 ‘첨단 지식과 문화예술의 창조적 정주 환경을 갖춘 도시’로 전환되어야 한다. ‘일?삶?쉼?꿈’이 통합된 창의 클러스터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 전남광주의 역사적 DNA를 반도체의 기술 문화와 결합한 새로운 생활미학적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 참여형 문화주권을 위해 시민 펀드와 시민 창작 플랫폼, 시민 생활문화 네트워크가 마을과 동네마다 촘촘히 뿌리내려야 한다. 문화예술 도시 기획위원회 등을 상설화해 도시계획 수립과 집행에서 행정, 건축, 인문, 예술, 문화기획자들이 참여해 문화와 역사적 감수성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행정과 예술, 자본의 언어를 번역해 줄 전문가 그룹을 집중 육성해 문화생태계를 건강하게 조성해야 한다.
둘째, 기업이 도망칠 수 없는 ‘불가역성의 그물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 자본은 언제나 이익을 좇아 흐르며, 업황이 꺾이면 가장 먼저 지방의 투자 계획부터 거둬들일 준비를 한다. 따라서 지역 대학의 교육 과정을 반도체 현장 맞춤형으로 전면 개편하여 기업이 당장 쓸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선제적으로 공급하고, 물과 전력, 송전시설 등 기반 시설을 신속히 완비하여 기업이 투자를 미룰 ‘핑곗거리’를 사전에 원천 차단해야 한다.
셋째, 정권 교체기마다 대형 국책 사업이 표류하거나 백지화되는 것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다. 이 사업이 이러한 ‘5년 주기 정치 리스크’를 돌파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권의 향배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구조적 닻을 내려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이다. 예산 배정과 인프라 구축의 법적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5?18의 헌법 전문 수록을 비롯한 완전하고 실효적인 역사적 재평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특별법과 시민연대를 통한 정치적 백지화에 대한 저항, 미완의 빛가람혁신도시 구축 등에서 우리는 이런 역사적 성패의 경험을 충분히 해왔다.
넷째, 사업의 주도권을 중앙 정부의 특정 부처에만 맡겨두는 것은 위험하다. 중앙 정부, 지자체, 참여 기업, 그리고 지역 시민사회와 학계가 동등한 의사 결정권을 가지는 독립적인 전담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적 자산화’와 ‘시민 의제화’다. 정치권을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시민의 일상과 연대다. 지역 청년들의 미래가 걸린 일자리이자, 지역 문화 생태계를 고도화할 핵심 기반으로 시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각인시켜야 한다. 시민의 일상과 연대야말로 우리 지역의 역사적 DNA로 내림된 것이고 지역 발전의 배터리로 내장된 것이라서, 이 꿈의 대행진의 에너지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자본의 논리를 꿰뚫어 보고, 문화적 매력과 치밀한 인프라로 무장하여 기업이 스스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전남광주통합시가 필사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라는 통합특별시의 ‘사즉생’ 정신이 지금 필요하고, 제2의 ‘약무호남시무국가’의 비전을 당장 실천할 때다.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어 이런 희망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 자체로 우린 행복하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억눌리고 제지당하고 굴복하면서 억울함과 소외감과 열패감을 감내해야 했는지 모른다. 그러서 새로운 출발의 신호가 더 기쁘고 반갑다.
백승현 gn@gwangnam.co.kr
백승현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7.06 (월) 12: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