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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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취재수첩]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힘

김은지 산업부 기자

김은지 산업부 기자
반도체 산업은 공장 하나를 짓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생산시설이 들어서고 협력업체가 모이며,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하나의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반도체 특화단지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도시의 산업 지도를 바꾸고 앞으로 수십 년의 성장 방향을 결정짓는 출발점에 가깝다.

정부가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를 중심으로 호남권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면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을 지역으로 확산하겠다는 국가 전략과 맞물려 AI와 미래 모빌리티에 이어 반도체까지 연결하는 첨단산업 기반을 구축할 기회를 얻었다. 오랫동안 지역의 과제로 남아 있던 산업구조 전환이 한층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사업의 가치는 공장 신설보다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낼 연쇄 효과에 있다. 하나의 앵커 기업이 들어서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뒤따르고, 기업이 모이면 일자리가 생기며, 이는 다시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특화단지 지정만으로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기반시설과 투자 환경이 중요하다. 막대한 전력과 공업용수, 안정적인 교통망을 갖추는 것은 물론 기업이 장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행정 지원과 산업 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기업이 선택하는 것은 넓은 부지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지역 대학들이 반도체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교육이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어렵게 키운 인재가 수도권으로 떠난다면 지역은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흘려보내는 셈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지역에서 키우고 정착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 특화단지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다.

산업단지의 성과가 산업단지 안에서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하고, 늘어난 일자리와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산업 유치의 의미도 완성된다.

반도체 특화단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맞이한 새로운 성장의 기회다. 그러나 도시의 경쟁력은 특화단지를 유치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기회를 얼마나 탄탄한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치의 성과가 아니라 기업이 머물고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산업은 선언만으로 뿌리내리지 않는다. 결국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화려한 청사진이 아니라, 그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어낼 준비의 깊이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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