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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해상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
전국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얼마나 생산하느냐’보다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계통에 안정적으로 흡수하고 소비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문제를 경험한 제주를 찾아 출력제어 문제와 실시간 입찰제도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전남광주특별시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부가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RE100 산업단지 조성으로 전남광주특별시가 대한민국 최대 재생에너지 거점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발전설비를 얼마나 많이 갖추느냐에 있지 않다. 생산된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계통에 연결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문제를 마주한 곳이 ‘제주’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남는 전기를 계통이 받아들이지 못해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제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간 전력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도입하며 새로운 계통 운영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제주에서 시작한 이 제도를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된 육지 계통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인 전남광주특별시 역시 머지않아 같은 과제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것이 전남광주특별시는 이미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발표한 ‘재생에너지 산업의 최근 동향과 발전방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남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82억9000만kWh로 전국 1위다. 태양광 발전량 역시 91억8000만kWh로 전국 최대 규모이며 풍력발전량도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전남의 해상풍력 잠재량은 전국에서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2.0%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태양광 발전 비중은 전국 최고 수준이며 풍력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과 RE100 산업단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현실화되면 재생에너지 생산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력이나 원전과 달리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 햇빛이 좋은 날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고, 바람이 강하면 풍력 발전량도 크게 늘어난다. 반대로 흐리거나 바람이 약하면 발전량은 급감한다.
문제는 전기가 저장보다 ‘동시에 생산하고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라는 점이다.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아지면 계통 주파수가 흔들리고 송전망에도 부담이 발생한다. 결국 전력계통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발전기의 출력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가 불가피해진다.
재생에너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발전기를 세워야 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발전설비를 계속 늘리는 것보다 계통 유연성 확보와 전력시장 개편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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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강정마을 1호 태양광발전소. 이곳에서는 302.4kw의 전력이 생산된다. |
한국은행도 지난해 발표한 ‘전력 수급자원을 활용한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완화 방안 연구’에서 제주가 이러한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이미 현실이 됐다.
풍력과 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발전량은 늘었지만,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출력제어가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전력당국도 제주를 단순한 섬 지역이 아니라 미래 전력계통을 검증하는 ‘시험무대’로 바라보고 있다.
제주가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는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가 아니었다. 생산된 전기를 계통이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출력제어가 일상이 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출력제어는 발전설비의 고장이나 사고가 아니다.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거나 계통 안정성이 위협받을 경우 전력망 보호를 위해 발전 출력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전기는 대규모로 저장하기 어려워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특성이 있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면 주파수가 흔들리고 송·배전 계통에도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 발전을 멈출 수밖에 없다.
제주는 국내에서 이 같은 상황을 가장 먼저 경험했다.
전력거래소의 ‘2024년 제주지역 전력계통 운영실적’을 보면 풍력 출력제어는 2017년 14회에서 2020년 77회, 2022년 104회, 2023년에는 117회까지 증가했다. 태양광 출력제어도 2021년 처음 시작된 이후 2023년에는 64회까지 늘었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될수록 계통이 감당하지 못하는 전력이 함께 증가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이 단순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계통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 전력거래소가 발전사업자에게 출력을 줄이도록 통보하는 식이다. 계통 안정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예고 없이 발전을 멈춰야 하는 만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발전량을 예측하거나 시장에 참여할 유인도 크지 않았다.
이에 제주가 선택한 해법은 ‘강제적인 출력제어를 줄이고 시장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전국 최초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발전사업자가 하루 전 발전량을 예측해 시장에 입찰하고, 실제 발전량이 달라질 경우 실시간 시장에서 다시 거래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생산된 전기를 무조건 계통이 받아주는 구조가 아니라 발전사업자도 전력시장 참여자로서 예측과 운영에 책임을 지는 체계로 바뀐 것이다.
실시간 시장은 15분 단위로 운영된다.
발전사업자는 기상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발전량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전력을 거래할 수 있고, 계통 운영기관도 이를 활용해 전력 수급을 보다 정밀하게 조정한다. 재생에너지를 단순한 ‘발전원’이 아니라 계통 운영이 가능한 ‘시장 자원’으로 전환한 셈이다.
제도 도입 이후 변화도 나타났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풍력 출력제어는 51회, 태양광은 32회로 각각 전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이는 출력제어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생에너지 입찰제에 참여한 발전사업자의 자발적인 출력 조정은 기존 출력제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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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한림 풍력발전단지 |
즉, 과거에는 전력거래소가 강제로 발전을 멈췄다면, 이제는 발전사업자가 시장가격과 계통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발전량을 조절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통계상의 출력제어 횟수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장 기능을 활용해 계통 부담을 줄이고 발전사업자의 예측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정부도 이러한 운영방식을 제주에만 머물게 하지 않을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은 제주에서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육지 계통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설비가 집중된 호남권이 우선 적용 대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앞으로 전남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운영체계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주의 실시간 입찰제도는 단순한 지역 시범사업이 아닌,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어나는 전남광주특별시가 맞닥뜨릴 전력계통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제주가 보여준 변화는 전남광주특별시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지만 그렇다고 제주의 계통 운영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전력계통 구조와 산업 여건이 다른 만큼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전력계통 구조다.
제주는 육지와 분리된 독립 계통에 가까운 전력망을 운영한다. 초고압직류송전(HVDC)으로 육지와 연결돼 있지만 송전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 남는 전력을 외부로 보내는 데 제약이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 지역 안에서 계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출력제어가 다른 지역보다 먼저 나타났다.
반면 전남광주특별시는 전국 전력망과 연결돼 있다. 현재는 생산된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송전할 수 있는 구조여서 제주와 같은 형태의 출력제어가 즉각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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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북촌마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전국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로 자리 잡았으며 해상풍력 잠재량도 전국에서 가장 크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RE100 산업단지 조성이 본격화되면 재생에너지 공급과 첨단산업 전력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새로운 전력환경을 맞게 된다.
이는 단순히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순간적인 전압과 주파수 변화에도 민감하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면서도 고품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계통 운영 능력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시간 입찰제도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상발전소(VPP), 수요반응(DR) 등 다양한 유연성 자원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성필 제주도청 신재생에너지팀장은 “실시간 입찰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며 “ESS와 수요관리 등 다양한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제주=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제주=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제주=이현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7.09 (목)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