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방치된 취약층…전남광주 3500가구 ‘주거 사각’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폭염에 방치된 취약층…전남광주 3500가구 ‘주거 사각’

여관 전전하고 판잣집·비닐하우스 거주
전국 55만…"온열질환 등 위험 노출 높아"

쿨링포그가 설치된 한 쪽방촌 골목에서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이나 판잣집·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35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등 냉난방시설을 충분히 갖추기 어려운 열악한 거처일수록 극한 기후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어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의 ‘거처의 종류 및 가구원수별 가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1일 기준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이나 판잣집·비닐하우스, 기타 거처 등 주택 이외의 공간에 거주하는 가구는 총 54만5000가구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 2324만6000가구의 2.3%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에 거주하는 가구가 5만8000가구, 판잣집·비닐하우스가 9410가구였으며, 주택 이외의 거처 중 기타에 해당하는 가구는 47만8000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광주에서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에 거주하는 가구는 1135가구로 집계됐다. 판잣집·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가구도 43가구에 달했다. 전남에서는 숙박업소 객실 거주 가구가 2146가구, 판잣집·비닐하우스 거주 가구가 248가구로 나타났다. 전남광주에서만 숙박업소 객실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3281가구에 달하며, 판잣집·비닐하우스까지 포함하면 3572가구에 이른다.

이들은 일반적인 주택에서 생활하는 가구와 달리 주거 환경 자체가 폭염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닐하우스나 판잣집은 외부 기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데다 단열과 환기, 냉방시설 등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한낮의 열기가 내부에 그대로 축적될 수 있다.

비닐하우스는 농작물 재배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사람이 장기간 생활하기 위한 주거시설과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더라도 전기료 부담 때문에 장시간 가동하기 어려운 경우 폭염 속 주거 취약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숙박업소 객실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장 머물 곳이 필요한 가구에게 임시 거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기간 생활할 경우 안정적인 주거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고령자나 저소득층 등 주거 이동이 쉽지 않은 가구라면 숙박업소를 사실상 장기 거처로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역별로는 전남의 주거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전남의 숙박업소 객실 거주 가구(2146가구)는 광주(1135가구)의 약 1.9배에 달했다. 판잣집·비닐하우스 거주 가구도 전남이 248가구로 광주 43가구보다 5배 이상 많았다.

특히 농촌지역이 많은 전남의 특성상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등 비정형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의 생활환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폭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냉방용품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주거환경 자체를 개선하거나 안정적인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남광주 지역 주거복지센터 관계자는 “폭염 때는 주거환경의 차이가 곧 건강 위험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비닐하우스나 임시 거처 등에 거주하는 가구 가운데 고령자나 취약계층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냉방 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거로 옮길 수 있도록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