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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 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
필자의 추억과 정체성이 뭍어나는 이 가곡을 즐겨 부르는 이유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귀향의 이야기를 반복해 왔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는 10년의 방랑 끝에 이타카로 돌아간다. 이는 익숙한 땅에 도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잃어버린 삶의 자리를 되찾는 귀향의 여정이다.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도 인간의 기원과 미래를 향한 귀향을 그린다.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물음과 맞닿아 있다. 필자가 이 작품을 세번씩이나 감상한 이유 역시 정체성과 향수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안동에서 퇴계 이황의 귀향길을 걸으며 깨달은 것은, 이동이 빨라졌다고 마음까지 고향에 도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속도에 익숙한 현대인은 목적지에 닿는 데 집중한 나머지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누구를 만날지 놓치기 쉽다.
산과 들, 바다를 품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도 이 질문은 절실하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났고 마을 풍경과 이웃 관계도 변했지만, 기억 속에는 여전히 지역의 삶과 가치가 남아 있다. 과거를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보존하지 않고, 기억의 고향을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고향으로 이어야 한다.
일자리·주거·교통·돌봄은 기본이며, 배우고 즐기고 이웃과 만날 문화 환경도 필요하다. 산업과 기반시설뿐 아니라 주민의 일상에서 기쁨과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살고 싶은 지역이 된다.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26~2030)이 ‘문화가 있는 일상, 머물고 싶은 지역’을 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방향과 맞닿아 있다. 문화예술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긴 생애를 의미 있게 채우는 힘이다. 노래와 그림, 글쓰기는 지나온 시간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의 활동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통로여야 한다. 인공지능이 시·그림·음악을 만드는 시대에도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고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경험은 대체되지 않는다. 기술의 새로움보다 누구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지를 먼저 물어야 하며, 문화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에 쌓인 기억을 주민과 함께 기록하고 나누는 일이 출발점이 된다. 어르신의 생애, 오래된 사진, 마을의 소리와 음식, 생활문화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활용해 사라진 풍경을 되살릴 수 있다. 단, 기술이 재구성한 장면과 실제 기록을 구분하고 기억의 주인인 주민이 기록과 해석에 참여해야 이야기의 신뢰와 생명력을 지킬 수 있다.
모은 이야기는 공연·전시·교육·관광으로 확장할 수 있다. 빈집이나 쓰임이 줄어든 공간을 작은 문화 거점으로 바꾸고 주민, 지역 예술가, 청년 창작자가 함께 프로그램을 꾸리는 방식도 가능하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청년이 영상으로 만들고 아이들이 이를 계기로 동네를 탐색하면 문화는 세대를 잇는 생활의 일부가 된다. 이를 지속하려면 공간 조성에 그치지 않고 운영 인력과 창작 여건을 마련하는 공공·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성과도 행사 횟수나 방문객 수뿐 아니라 주민의 참여, 새롭게 형성된 관계, 지역 창작자의 활동 기회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고향을 떠난 사람과의 관계도 귀향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당장 돌아와 살지 않더라도 지역을 응원하고 자주 방문하며 경험을 나눌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도 기부자가 지역의 변화를 확인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지속적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번 찾은 사람이 다시 오고, 그 만남이 주민에게도 기쁨이 되는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속 풍경이 있다. 그것이 반드시 태어난 마을일 필요는 없다.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과 어울리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곳이 마음의 고향이다.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 고향의 산은 돌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기술이 삶의 속도를 높이는 시대에 문화예술은 온기와 깊이를 더한다. 고향의 기억을 오늘의 만남과 내일의 삶으로 잇는 일이 우리가 함께 도달해야 할 귀향의 목적지, 이타카가 아닐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홍석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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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6 (화) 18: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