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태의 배경이 된 초등학교 학령인구 감소가 어제 오늘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71년 출생자는 무려 102만 명이 넘었다. 2001년 55만 명이 태어나면서 30년 만에 출생자수가 거의 반 토막이 되었다. 2017년에는 40만 명 선마저 무너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장기적인 대처가 있어야 했다. 그 대처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교육부와 시교육청에 대한 질타는 마땅하다.
초등교사 임용인원 축소는 앞으로 우리가 맞을 여러 문제들 중 단지 하나일 뿐이다. 이제 머지않아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인한 문제들이 거대한 회색 태풍 속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우박이 되어, 속속 튕겨져 나와 우리의 일상을 엄청난 충격파로 때려댈 것이다. 그런데 미래를 대비하는 우리의 상상력은 너무나 빈약하다. 예정된 일조차 제대로 상상할 수 없다면, 비극적 최후는 따 놓은 당상이다.
왜 그리 상상력이 부족할까? 핑계는 있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때의 인류 사회의 모습은, 그로부터 다시 1000년,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간 때의 인류사회의 모습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 긴 시간동안 발전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극히 완만한 형태의 상승곡선이 지난 수 천 년 동안 이어졌다. 그러던 것이 대략 1세기 전부터 물질문명이 인류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기 시작하며, 완만하던 상승곡선이 급상승커브를 그렸다. 지금 세대의 누구도 역주행하는 열차에 타본 경험이 없다. 상상이 안 되는 것을 당연하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입안 주인공은 그래선 안 된다.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면, 국가든, 교육부든 운영할 자격이 없다.
정점에서 꺾어질 2030년 이후의 미래는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모습이 될 것이다. 그 모습은 물질문명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물질문명도 변화를 만들기는 하겠지만 앞으로의 중대한 변화는 인간 그 자체에서 온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오랜 인류 역사와 대한민국 역사를 돌아보아도 그런 예는 흔치 않았다. 과거 전쟁 시기를 통해 일시적으로 인류가 줄어드는 경험이 있었지만, 당시의 경제·문화·사회적 양상은 현재와는 달랐다. 그때는 농업기반의 사회였고, 지금은 첨단산업의 시대이다. 삶을 영위하는 생활의 근거들도 거대하며, 거기에 유기적 관계들까지 촘촘히 형성되어 있다.
낮은 출산율은 단순히 출생자 수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령층이 급속히 늘어나는 회색사회의 도래와 맞물려 있다. 한쪽의 문제가 또 다른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다. 테드 C. 피시먼은 ‘회색쇼크’에서 “세계적인 고령화는 인류의 위대한 업적에 따른 결과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되돌릴만한 균형관계(trade-off)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시먼이 말하는 균형관계란 것은 노령화의 충격을 흡수할만한 정도의 출산율이다. 물러나는 세대만큼 새로운 세대가 그 공백을 채워줘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성’이다. 균형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 시스템의 지속에 중대한 결함이 생긴다는 의미다.
저출산은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위기를 가져온다. 문제는 지금의 저출산 추세를 정책의지만으로 피할 수 있느냐다. 제아무리 뛰어난 정책을 가져와도 피할 수 없다. 인구문제는 극히 자연적인 시간의 문제인데,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연적 시간은 소급적용 같은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어차피 오게 되어 있는 미래다.
그렇다면 줄어든 상태에서 국가를 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해 놓아야 한다. 초등교원 문제는 미래를 제대로 상상하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의 하나를 보여준 것일 뿐이다. 비극적인 문제지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경험하게 해준 것이니까 말이다.
준비할 중요한 것이 또 있다. 생각의 틀이다. 우리의 생각은 오랫동안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성장이 멈춘다. 서서히 작아지는 세상이 다가온다. 지금부터 축소될 시장과 사회 규모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준비해야 한다. 축소되는 상황에 위축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상상력이 머릿속에 장착되어야 한다.
2026.03.14 (토) 00: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