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새 바람’…"색다른 ‘맛’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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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새 바람’…"색다른 ‘맛’ 좀 보세요"

[신문화탐색] 조대영·이세진 광주독립영화관 프로그래머
광주독립영화관 ‘GIFT’ 영상복합문화관 6층에 개관
최신작·메이드인 광주·5월·여성 주제…기획전 구상
"지역 영화인 ‘기회의 무대’·시민 ‘쉼터’ 역할 하길"

조대영·이세진 프로그래머는 “이곳이 영화인들에겐 ‘꿈과 기회의 무대’가 되는 한편, 시민들에겐 산책하듯 드나들 수 있는 ‘쉼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GIFT가 독립영화 상영은 물론, 영화 도서관·실무 교육·컨설팅 등 영화 창작 활성화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광주에 ‘독립영화’ 바람이 불까. 지역 영화인들의 오랜 꿈이었던 광주독립영화관이 지난달 11일 광주영상복합문화관 6층에 문을 열었다.

영화인은 물론, 시민 모두에게 ‘선물’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극장 이름은 ‘GIFT’(Gwangju Independent Film Theater)로 정했다.

이곳은 한국독립영화만을 꼽아 선보이는 독립영화 전용관이다. ‘천만영화’ 또는 대 흥행을 노리며, 멀티플렉스 곳곳에서 상영하는 개봉작들과는 다른 매력의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식하게 된다.

이번 독립영화관 GIFT는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사업 공모에 선정, 4개월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새 옷을 입게 됐다.

극장 가운데 쪽으로는 광주독립영화관 GIFT 간판을 새로 올렸고, 옆쪽으로는 티켓 부스가 자리했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GIFT를 지키고 있는 조대영·이세진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이 둘은 GIFT 스크린에 오를 작품들을 선정하는 ‘중역’을 맡았다. 어떤 좋은 영화가 상영될지, 또 관객들이 얼마나 찾아올지 이 둘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은 “우리가 진짜 잘해야 한다”며 웃는다.

“이 공간이 탄생하기까지 꽤나 지난한 시간을 보냈죠. 2016년에 독립영화 호남전용관으로 광주영상복합문화관이 물망에 올랐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으니까요. 어렵게 얻은 공간인 만큼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척박한 광주 영상 문화에 ‘다양성의 나무’를 심는 일이 가장 우선일 것 같네요.”(조대영)

광주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는 한 해 평균 30여 편 정도다. 그런데 이들 작품이 관객을 만나는 일은 영화제에 출품하는 길 빼곤 없었다. 열심히 만들어도,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전무 했던 것. 이 같은 척박함 속에서 영화인들의 창작욕을 기대하기는 무리였을 터다.

이번 독립영화관 개관으로, 꽉 막혀 있던 독립영화 유통에 ‘숨통’이 트였다. 영화인들이 그토록 전용관을 원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선 한 달에 한 번 ‘메이드인 광주’ 시간을 갖습니다. 한 달에 한 명씩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의 ‘기획전’을 준비하거나, 광주 출신 감독들의 작품 또는 광주를 담아낸 영화들을 엮어 낼 계획이에요. 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관객과 만남의 장도 마련합니다.”(이세진)

여기다 5월에는 5·18민주화 운동을 다룬 테마전을, 11월에는 광주여성영화제와 연계,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프로그래밍 할 작정이다.

광주독립영화관을 이끌어 갈 지역 영화인들이 개관식 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프로그래머는 다양한 ‘영화 성찬’을 차리는 데 정성을 쏟는다. 그간 독립영화란 장르 자체를 접할 기회가 없던 시민들에게 ‘이런 영화’도 있고, ‘저런 영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픈 게 이들의 바람이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늘어나는 것이, 곧 독립영화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팬 층 확보가 하루아침에 될 일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욕심은 내려두고 멀리 본다. 독립영화 관객층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라, 영화인들은 ‘장기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립영화란 하나의 문화를 뿌리 내리게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관 지원 사업이 5년인 이유가 있을 겁니다. 5년이란 시간을 두고, 독립영화관이 자생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보라는 것이겠죠.”(조대영)

다양성 영화의 판을 키워가는 데 있어 두 프로그래머는 기존 극장과의 협업을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지역의 유일한 예술극장인 광주극장, 그리고 문화전당에서 운영하는 ‘시네마테크’ 등 다양성 영화 상영 공간과 적극적으로 힘을 모을 생각이다.

“광주극장과 ‘파이 나눠 먹기 아니냐’는 걱정들도 들려옵니다. 안 그래도 힘들게 운영되고 있는 광주극장 관객들을 뺏어오는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광주극장은 예술영화를 주로 다루는 영화관입니다. 독립영화를 선보이는 이곳과는 상호보완적 관계인 것이죠. 좋은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이자는 공동의 목표로, 광주극장 측과도 충분히 소통하고 있습니다.”(이세진)

GIFT는 105석의 객석을 갖춘 단관극장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한국독립영화 신작들이 소개된다. 한 해 평균 한국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는 1000여 편. 여기서 보석 같은 작품들을 건져내는 것이 이 둘의 몫이다. 극영화부터 다큐멘터리·옴니버스·단편 등 다채로운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쉽게 말해 한국독립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지금껏 관객들이 접해 온, 한국의 영화 문화라는 것이 극히 일부분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경우, ‘자본의 힘’이 강하게 드러나는 곳이죠. 한 개의 영화가 몇 십 개의 스크린을, 또 좋은 시간대를 점령합니다. 그렇다 보니 관객들의 ‘편식’이 심할 수밖에 없죠. 앞으로 많은 시민들이 GIFT를 들락날락 하면서 자신의 영화적 취향이라고 할까요? 기존 상업영화에선 맛 볼 수 없었던, 그런 색다른 매력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조대영)



광주독립영화관 개관식 행사 모습
그들은 독립영화의 매력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꼽는다. 일반 상업 영화가 ‘자본의 산물’로서 투자한 예산만큼 자본을 회수해야 하는 게 숙명이라면, 독립영화는 그렇지 않다. 영화 제작의 목적이 ‘돈’이나 ‘흥행’에 있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가 자신이 세상에 내던지고픈 말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GIFT는 비록 조그마한 단관극장이지만 각양각색의 메시지들을 담아내는 창 역할로 손색이 없다.

“말의 모순처럼 ‘멀티’가 되지 않는 멀티플렉스 상영관 보다야, 더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올 겁니다. 그렇게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다보면, 독립영화의 매력을 알아보는 시민들도 늘어가겠죠.”(이세진)

GIFT 앞엔 여러 과제들도 놓여있다. 우선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은 만큼 전체 상영일수의 60%를 영진위 선정 영화로 채우는 동시에 관객들이 좋아할 영화들을 꼽아 ‘잘’ 프로그래밍 해야 한다.

여기다 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의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진흥원은 시민 대상의 무료 영화 상영 프로그램인 ‘청춘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1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터라, GIFT 극장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애매한 공유’가 적어도 올 한해까지는 이어질 것이어서, 진흥원 그리고 GIFT 운영주체들 간의 원만한 협의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GIFT를 이끌어 갈 두 사람이 꿈은 역시 이곳이 독립영화는 물론, 광주 영상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이곳이 영화인들에겐 ‘꿈과 기회의 무대’가 되는 한편, 시민들에겐 산책하듯 드나들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어요. 우선 영화관 운영이 잘 돼서 앞으로 GIFT가 독립영화 상영은 물론, 영화 도서관·실무 교육·컨설팅 등 영화 창작 활성화의 컨트롤 타워가 되길 바랍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 영화인 모두가 하나가 돼야겠죠.”
박세라 기자 sera0631@gwangnam.co.kr         박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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