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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언 음악감독 |
항상 웃으며 반겨주는 곳, 광주를 품는 어머니의 손길, 이곳은 눈물과 환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언제부턴가 민중가요를 ‘살아가요’라고 부르기 시작한 나는 내가 살아가며 느끼는 이야기와 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대화의 사이사이를 ‘희망가’, ‘사노라면’, ‘오월의 노래 2’, ‘홀로아리랑’,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의 노래들로 채워 나간다.
생각보다 노래를 훨씬 더 좋아하시고 잘 부르시는 어머니들, 점점 커지는 목소리와 음악으로 노래를 마무리하고 손뼉 치는 순간, 오월어머니들은 나에게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고 함께 손잡고 연대할 수 있는 오월의 노래, 오월어머니집의 노래를 다음세대와 함께 만들고 부르고 싶다고 하신다. 그래요. 내년 오월이 오기 전에 꼭 좋은 곡을 만들어서 올게요. 라는 인사와 함께 역사교실을 마무리하고 그곳을 나오는데 한 어머니의 음성이 들린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성언씨는 광주가 낳은 아들이에요’ 처음 들어 본 말이다. 광주가 낳은 아들. 그날부터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겪지 않은 오월이지만 내가 만난 오월어머니들과 기록된 5·18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 관장님께 가이드 음원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선생님, 이 곡이 좋아요. 함께 연습하고 오월을 사랑하는 청년세대들과 함께 녹음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가요?” 나는 대답했다. “오월정신으로 합니다!”
기억을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간접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기억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기록을 통해 전달된다. 이 소중한 기억들은 사진, 영상, 구술 등 다양한 형태로 기록되어진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준다고 했던가. 예술이라는 형태는 사람들 마음속의 감정을 움직이기 때문에 대단한 위력이 있다. 우리가 슬픈 곡을 들으면 눈물이 나지만 너무 좋은 곡을 들어도 눈물이 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역사를 계승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보면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쟁터에서도 음악은 장병들을 위로한다. 크리스마스는 캐럴로 뒤덮인다. 영화관에서도 음악은 계속 흘러나온다. 거리의 예술가들에게도 음악은 필수다. 사찰을 지나가도 염불에 리듬이 있다. 동네 카페는 음악이 나오다가 멈추면 불편해진다. 미술관에 갔더니 음악이 없다. 그곳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 음악을 선택한 것이다. 올해는 오월상설음악회 오월의 노래의 총감독을 맞게 되었다. 1980년 5·18 민중항쟁 이후 전국각지의 많은 음악가들은 5·18 진상규명을 위해 당시 가톨릭센터(현 5·18기록관)와 금남로 일대에서 거리음악회를 열었다. 오월상설음악회는 이들의 노래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어져온 음악회이다.
준비하면서 보니 그동안 이끌어온 선배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단하고 진실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 올해는 ‘너의 오월을 들려줘’ 라는 주제로 무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항상 힘이 되는 스텝들과 언제든 달려와 줄 시민들이 있다. 5월 3일 개막을 시작으로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상설음악회는 역사와 시대를 기억하는 개막, 폐막 퍼레이드, 선후배가 함께 만드는 공연 ‘어깨 거는 사람들’, 광주의 로컬 뮤지션들과 타지에서 광주를 찾아오는 뮤지션들의 무대, 4·3과 5·18이 함께하는 연대의 무대 ‘사월에 만나는 오월 오월에 만나는 사월’, 4개의 합창단 (푸른솔합창단, 흥사단합창단, 1987합창단, 일본 일어서라합창단)이 함께 하는 ‘오월한일교류음악회’, 청소년들이 만드는 오월의 노래 ‘너의 오월을 응원해’ 그리고 5월 26일에서 27일까지 부활제의 밤을 함께하는 ‘승리의 노래’ 등의 무대를 준비하였다. 오월어머니들과 함께한 ‘오월, 기다림’ 프로젝트 또한 개막과 폐막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월상설음악회 ‘너의 오월을 들려줘’를 준비하면서 많은 선배님들과 많은 후배님들을 만났다. 가슴 뜨겁고 따뜻한 사람들 사이에서 예술로 기록되어 가는 기억을 마주한다. 올해 오월은 민주광장에서 그때 그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한 위대한 광주시민들을 많이 만나 뵙고 싶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올해 오월은 왠지 찾아오는 오월이 아니고 기다리는 오월이다. 존경하는 선배님 한분이 내가 ‘오월, 기다림’ 음원 영상의 마지막에 넣어둔 문구를 캡처하여 보내온다.
‘함께 살아가는 오늘이, 함께 사랑하는 오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