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꽃을 피우는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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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아이들의 웃음꽃을 피우는 가정의 달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아침세평] 기념일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가정과 나를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해 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순간이 많다.

어린이날 아침에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람으로부터 부고를 받았다. 곧이어 몇 분들로부터 그 부고가 사실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분들도 나와 같이 부고를 받았을 터다.

장례식장은 전북 장수에 마련됐다. 조문을 위해 장대비를 뚫고 집을 나섰다. 한 시간 반 가량 운전 끝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누구나 죽음 앞에 서면 숙연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지켜본 수많은 죽음을 생각했다. 그 중 가장 안타깝고 마음이 아린 죽음은 꽃을 피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 죽음이다.

천수를 다한 죽음도 가족들에게 슬픈 일이다. 하물며 삶의 무게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사람과의 이별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마음의 고통을 인친다.

다양한 죽음 중에서도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 바로 자살이다.

우리나라 자살율은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올해 1월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만 1306명으로 하루에 42명 꼴이다.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다. 지난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이 조사한 ‘국제 아동 삶의 조사’에서 35개 국가 중 31위였다.

그 해 OECD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중 주관적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는 22개국 중 22위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에 공개한 ‘학교 밖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조사 결과 학교 밖 청소년들 2명 중 1명 꼴인 53.3%가 정신장애로 진단될만한 기준에 해당 된다. 특히 이들 10명 중 7명은 자살사고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자살 시도를 했다.

정신장애 중 유병율이 가장 높은 장애는 주요우울장애로 20.9%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22년에 보건복지부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해 발표에서도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율은 16.1%였다.

이러한 실태는 예견돼 왔다.

가정 해체, 급격한 사회의 변동으로 인한 가족형태의 변화나 가정 기능의 약화, 아동과 청소년들을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어른들의 천박한 인식에서 오는 비효과적인 정책으로 인한 결과들이다.

가정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정원과 방안의 따뜻한 아랫목 역할을 해야 한다. 아동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어른들이 할 일은 각자 다른 나무 특성에 맞게 물을 주듯이 자녀들의 특성과 개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동과 청소년들이 모두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방안 전체를 따뜻하게 덥히는 것이다. ‘정원의 물주기’와 ‘온돌방 덥히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는 일, 그 아이들을 위한 제도를 잘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해 12월께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 1만140명을 대상으로 아동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 가는 날 저녁에 혼자 밥을 먹는 응답자가 23.3%에 달했다. 응답한 학생 10명 중 6명은 여가 시간에 혼자 스마트폰을 보며 지낸다고도 했다.

인간의 발달에는 민감한 시기가 있다. 자녀들의 발달을 위한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물리적 환경과 심리적 환경의 구축을 통해 적절한 보살핌이 이뤄져야 한다.

인간 수명 100세 시대에 행복의 필요충분 조건으로 건강, 경제적 자립, 자녀를 잘 기르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우리의 경험을 통해 깨닫지만 한 사람의 성장은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헌신의 결과이다. 감사와 헌신은 행복한 가정의 기본이다. 자녀들의 웃음은 부모의 웃음이 비춰진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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