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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 |
들판에는 밀과 보리가 황금 물결을 이루고 아카시아 꽃은 향기로 사람을 붙잡는다.
푸르른 오월에는 누구나 길 떠나는 나그네가 된다.
주말에 해남 달마산에 있는 도솔암 다녀오는 언덕길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찔레꽃을 본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오월에 하얀 꽃이 피는 것은 죽은 자의 영혼이 달래 주기 위함’ 문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얀 꽃을 보면 5·18 그날의 상처를 가슴이 먼저 기억하고 있다.
5·18일이 멀지 않았는데 이팝나무 꽃이 다 져 버렸다. 도솔암 동행한 지인이 인간의 삶이 무질서하니 이제는 자연의 섭리도 뒤바뀌는 세상을 살아가나보다 하며 긴 호흡을 한다.
이팝나무 진 오월 들판에는 찔레꽃이 지천이다. 옛 말에 찔레꽃이 만발하며 가뭄이 있겠다 하나 올해는 장대비가 많이 내린다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듣자니 비옷이라도 준비해야 할까 보다.
가슴이 먹먹한 오월에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을 소개한다. 광주 금남로에 위치한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은 숨어 있는 오월 이야기를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 발굴된 이야기를 보면 오월 사진관 이야기다.
오월 이야기 ‘아버지의 사진관’ 주인공 최재영 작가는 미대를 나와 미술 교사를 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5·18 역사적인 사건을 담은 필름을 발견하게 된다.
최재영 작가의 아버지는 동구청 앞 현재 제과점이 된 곳에서 ‘백양사 사진관’을 운영하고 계셨다.
5월 18일 그날의 현장을 아버지는 사진을 찍어 보관했는데 계엄사에서 촬영 필름을 수거해가고 문제가 될만한 사진을 아버지는 필름을 소각하는 것을 봤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날의 사진을 아무도 모르게 보관하고 있었다.
최재영 작가는 아버지의 유품을 민주화운동기록관에 기증하면서 아버지의 사진이 광주의 5월을 기억하는데 도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방송국과 인터뷰에서 ‘아버지 개인이 촬영한 사진이지만,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5·18을 겪은 광주의 것이라라는 생각이 들어 기증하게 됐습니다. 아직도 5·18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오월 관련 자료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죠. 아버지의 사진이 광주 오월을 기억하고, 오월의 진실을 밝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며 소감을 밝혔다.
현재 최재영 작가는 그날의 기억을 그림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을 찍어서 5·18현장의 이야기를 기록을 남기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작가는 그림작품으로 세대를 이어가며 그날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렇듯 오월 이야기는 세대를 연결해서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최병호) 사진의 역사를 아들(최재영)이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5·18을 맞이해 ACC(아시아 문화전당)에서는 ‘가슴에 묻은 오월 이야기’를 주최하고 있다.
전일빌딩 4층에서 오월 가족 강연을 듣고 오월 해설사와 함께 옛 도청 일대 역사의 현장에서 5·18 그날의 현장을 관람할 수 있는 민중항쟁 프로그램이 5월 26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5·18 그날 현장의 이야기는 45년의 세월이 지나도 그날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기억 속에 알알이 기록돼 있다. 그날의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시민들의 가슴에 남아 5·18은 오월 이야기로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 남겨지고 있다.
광주의 도심인 금남로 일대에는 5·18 기념공원, 민주화운동기록관, 전일빌딩, 옛 전남도청은 5·18 그날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며 답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ACC(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에서도 오월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오월 해설사도 양성하여 5·18 민주화 문화 운동 정신을 계승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태춘의 노래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의 노래를 들으며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오월 이야기는 어찌할 수 없어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광주의 오월은 하얀 꽃만 보더라도 울컥 올라오는 먹먹함이 있다. 찔레꽃 흐드러지게 핀 오월의 길을 달린다. 광주의 오월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