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농촌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촌캉스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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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농촌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촌캉스의 이유

박장호 농협 광주본부 경영기획단장

박장호 농협 광주본부 경영기획단장
조선 중기 화단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으로 절파화풍의 정착에도 큰 역할을 하였던 사대부 화가이며 특히 산수인물화를 잘 그렸던 이경윤(1545~1611)이 그린 ‘고사탁족도’를 보고 있으면 일과 더위에 지친 심신에 위로가 되는 듯하다.

산속 개울가를 찾아 나무 그늘 아래 암반에 앉아 옷섶을 풀어헤친 채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정말 시원해 보이지 않은가. 그림 속 선비는 너무 개울물이 차가웠던지 두 발을 서로 꼬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고 옆에 서 있던 시동이 그런 주인의 심정을 아는 듯 청주를 건네주고 있는 ‘무더운 여름날 농촌계곡의 정겨운 피서 장면’을 담은 고서 한 폭을 보며 ‘올여름 휴가는 소박한 선조들의 피서법을 배워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없이 달려온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도록 일상의 구속에서 벗어나 시간적·공간적 자유로움 속에서 마음 편히 푹 쉬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최적의 휴가지로 우리 농촌을 추천하고 싶다.

유명 피서지와 해외여행만을 고집해 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번 여름에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바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 농촌에서 여름휴가보내기다.

최근 고즈넉하고 평온한 시골 농촌 마을을 찾아가 휴가를 즐기는 ‘촌캉스’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촌캉스’란 촌(村)과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의 합성어로 농촌에서 보내는 휴가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촌캉스는 농촌마을이나 팜스테이마을, 치유농장 등에 머물며 특색있는 농촌자원을 활용해 스트레스 및 우울감 경감시키고 대인관계 회복 등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여행을 통한 쉼과 힐링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의 가치를 재발견하면서 촌캉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최근 농촌진흥청·한국관광공사는 지역별로 가볼 만한 농촌 여행지를 추천하고 도시민들의 적극적인 이용 권유하고 있다.

그 이유에는 농촌에서 휴가를 즐기는 촌캉스에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매력 중 하나는 자연 속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한 삶의 만족도 향상이다.

만성 스트레스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농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고 자연과의 교감은 도시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바쁜 일상생활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어려웠던 가족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와 장을 제공하는데 있다.

촌캉스의 한 가지 방법으로 팜스테이(Farm stay) 마을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농촌마을에 머물며 농사체험, 전통 공예품 만들기, 지역축제 참여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깊이 있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도시에서는 접하기 힘든 자연과 농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며, 가족과 함께한 체험활동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촌캉스는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한다.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지역상권이 활기를 띠고, 현지 농산물과 특산품의 판매가 증가하게 되며,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주민들의 소득이 증대된다. 이는 농촌의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고 인구 유출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 지역소멸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휴가는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것이 그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유명 산과 계곡, 해수욕장 등 주요 관광지에 넘치는 피서객들과 바가지 요금 등으로 오히려 휴가 중 스트레스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올해는 북적대는 휴가지를 찾기보다는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과 힐링, 농작물 수확체험을 통한 만족감, 가족들과 함께하는 체험활동,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 농촌에서 촌캉스를 즐기며 일상에 지친 심신의 회복은 물론 가족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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