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피해 없어야…안전성 종합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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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피해 없어야…안전성 종합검토 필요"

[한빛원전 사용후 핵연료…어떻게 저장할 것인가?]
<7>스웨덴, 원자력 타운 ‘포스마크’ 가보니
2009년 고준위 폐기물 부지 선정…장기적 안전성 검토
핀란드 이어 2번째…500m 점토층 아래 갱도 영구저장

포스마크 전경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발틱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160㎞ 떨어진 아름답고 조그마한 해안도시 포스마크. 이곳은 ‘힘의 땅’이란 뜻을 지닌 곳으로 지난 300년간 철광석 생산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역사적으로 대장장이들이 살던 조그마한 마을이지만 지금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원자력 타운’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는 원자력 발전소 3기와 함께 세계 유일의 해저 동굴처분 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1988년부터 운영된 해저 동굴처분 시설은 의료·산업·연구 등에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스웨덴 내 4개의 전력회사들이 공동출자로 설립한 SKB(Swedish Nuclear Fuel Waste Management Co)가 맡고 있다.

SKB는 포스마크 지역의 단단하고 안정된 화강암층이 넓은 지역에 분포돼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저 동굴처분시설을 지었다.

해저 동굴처분 시설은 명칭에서 볼 수 있듯 육상이 아닌 바다 아래의 동굴 속에 위치해 있다. 또 수심 5m인 해저 50m의 암반에 폭 8m, 높이 6m 규모로 2개의 진입로 동굴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용 동굴, 1개의 사일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연장은 4.5㎞에 이르며 처분용량은 6만3000㎥로 드럼통 30만개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

때문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 중인 다른 국가에서 볼 수 있는 거대 규모의 시설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또 모든 시설이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운영요원 또한 소수에 그친다.

스웨덴 방사선 안전청 SSM


포스마크 처분장이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1972년 첫 상업용 원자로(BWR)가 가동에 들어갈 당시만 하더라도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심했고, 주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는 포스마크 처분장의 건립 단계부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발생지 처리 원칙을 적용해 기존 원전 지역에 부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주민들과의 꾸준한 만남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 마찰을 최소화했다.

이처럼 원자력 발전이 안착한 스웨덴에서도 ‘탈원전’ 정책이 붐을 일었다.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사고를 시작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고, 1980년 국민 투표를 통해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한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이러한 기조를 강화했고, 원전을 폐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원전의 재평가가 이뤄졌다. 유럽 내에서 원자력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재조명 받아서다.

결국 2009년 스웨덴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허용했다. 올해부터는 원전 건설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2024년 대형 원전을 10기 규모로 원자력 발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특히 2009년 포스마크를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영구처분시설 부지로 최종 선정하기까지 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세계 원전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었다.

SKB는 2011년 스웨덴 환경법과 원자력 활동법에 따라 사용 후 핵연료 최종 처분을 위한 시스템 허가를 신청했다. 2019년 한 차례 보강을 거친 끝에 스웨덴 정부는 신청서가 법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2022년 1월 자국의 사용 후 핵연료를 땅속에 영구 처분하기 위한 저장시설 건설계획을 승인했다.

이 같은 시설 건설계획이 승인을 받은 것은 핀란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스웨덴은 수십만 년 간 움직이지 않고 물도 스며들지 않는 지하 500m 아래 점토층에 대규모 갱도를 만들고, 핵폐기물을 구리와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용기에 담아 영구저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포스마크 고준위 방폐물 최종 처분장 개념도


특히 스웨덴의 방사선 안전청(SSM·The Swedish Radiation Safety Authority)은 부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실시,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했을 때 장기적으로 안전할 수 있는가를 확인해 최종 승인했다.

최근에는 스웨덴 토지 및 환경 법원이 핵 폐기물 최종 처리장 건설에 대한 환경 허가를 승인, 스웨덴은 2026년 방폐장 건설에 착공해 오는 2033년 완공할 계획이다.

포스마크에는 산림 벌채, 운영 지역을 위한 굴착 작업, 암석 저장 지역 건설, 냉각수 채널 위의 다리 건설, 운영 지역과 질소 정화시설 등을 거쳐 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선다.

SSM은 원자력 활동법에 따라 최종 처분장에 대한 단계별 최종 검사를 진행 중이다.

부 스트룀베리 SSM 애널리스트는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했을 때 안전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며 “후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지 않게 특히 지반·지층 변화로 폐기물이 유출되지 않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포스마크에 대한 최종 검사를 진행 중이고, 2~3년 후면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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