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욱 목포농협 용해지점장 |
이 구절은 일반인은 생소할 수 있지만 농업·농촌의 가치 확산과 농업의 동반자로서 함께 걸어온 농협의 노래 1절 가사이다.
그 만큼 농촌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터전인가 동시에 노래를 듣다 보면 문득 어릴 적 고향 풍경이 떠오른다. 논두렁을 따라 걷던 흙길, 모내기 하면서 즐거워하시는 농부 아저씨, 마을 정자 평상에 앉아 해질녘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동네 사람들.
하지만 이제 그 마을을 다시 찾아가면, 도시로 변해있으며 남은 곳은 다 허물어져 가는 집들과 잡초만 무성한 빈 마당이 우리를 맞이한다. 대문은 굳게 닫혔고, 담벼락엔 고장 난 수도계량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그렇게 사람 없는 집, 빈집만이 늘어간다.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 빈집은 153만4919호, 이 중 한국부동산원이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기준으로 파악한 빈집은 4만394가구였다. 특히 농촌·인구감소 지역에는 전국 빈집의 42.7%인 5만7223채가 몰려있어 농촌의 빈집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농촌에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과 대도시 집중현상으로 농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까지 떨어져 이제는 국가적 재난으로 여겨질 만큼 심각한 문제다. 군, 읍, 면 단위의 소멸 시기를 예측하며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전체 인구의 도시 집중과 저출산이라는 두 흐름 앞에서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그 아름답고 포근했던 고향마을의 빈집들은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그나마 남아 있는 거주민들의 마음에까지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그 누가 삶의 온기가 빠져버린 빈집을 보며 유쾌한 기분을 느끼겠는가? 텅 빈 삶의 터전이 생기를 잃고, 매일매일 쇠락해가는 모습에서 뭔지 모를 안타까움이 생길 정도이다.
농촌 빈집 문제는 감성적 접근을 훨씬 넘어선, 현실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 문제이자 국가적 과제다. 빈집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임의로 처리할 수는 없지만, 소유주의 승낙을 받아 사용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 인구를 유치해 빈집을 수리·활용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 방식이 늘어나는 빈집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요즘 들어 젊은 청년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취업난과 주거비, 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이 더 단순하고 사람다운 삶을 찾기 위해 귀촌을 선택하는 것, 또 반대로, 평생 도시에서 살아왔지만 마음만은 고향을 그리워하던 60~70대 어르신들도 은퇴 후 시골로 내려가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살 집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농촌엔 분명 집이 많다. 심지어 텅 비어 있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들어와 살 집을 구하지 못하고, 고향 어르신들도 머뭇거리다 포기하곤 한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빈집은 많지만, 관리도 안 되고, 정보도 부족하고, 사거나 빌리는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빈집들을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장소로 바꿔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런 움직임을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소멸대응 빈집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의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청년이나 고령자,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엔 ‘농촌빈집은행’ 플랫폼도 정식 출범해, 누구나 온라인에서 빈집을 찾아보고, 임대나 매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런 변화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건물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탈농촌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하지만 출산율이 인구 증가를 유지해주는 나라들은 그 충격이 덜한 반면, 우리처럼 총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 탈농촌·탈지방 현상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이다. 수입이 없고 일자리가 없다 보니, 교육과 생계를 위해 도시에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이기도 한다. 누구든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등지는 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이들의 그 마음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그려야 할 미래는 거창한 신도시가 아닌, 오히려 오랜 기억이 묻어 있는 그 낡은 마당, 외양간 옆 장독대, 감나무가 있는 뒤뜰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 말은 이제 현실이다. 빈집은 사라져가는 과거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미래이며, 젊은이도, 어르신도,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뿌리를 내리고, 삶을 다시 피워낼 수 있도록 우리가 이 빈집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