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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광영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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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햇빛과 바람과 환대의 길을 가다’ 표지 |
“꿈꾸는 사람이고 싶었다”는 박 시인은 30여 년 직장 생활을 하며 자신의 삶이 살면서 꿈꾸었던 방향과 다르다고 여겨 정년 6년을 남기고 명퇴했다. 이유는 단 하나, 가슴 뛰는 일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퇴하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이 여행 에세이는 그 여정의 기록이다.
이 여행 에세이에는 생장 피에드포에서 출발해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후, 다시 유럽의 땅끝이라 불리는 피스테라, 무시아까지의 여정이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담겨 있다. 단순한 여행 정보나 필요한 장비, 순례길을 준비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43일 900㎞에 걸쳐 펼쳐진 한 인간의 순례길 여정이 펼쳐져 있다. 지쳐버린 마음에 열정의 불을 지피기 위해 홀로 배낭을 짊어지고 떠난 여정과 그 여정에서 만난 풍경들이 시인의 감각적인 문장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특히 이 여행 에세이에는 박 시인과 마찬가지로 순례길을 걷는 또 다른 여행자들과의 만남, 여러 도시와 마을을 지나면서 머물렀던 알베르게 관리인들과의 주고받는 대화와 따뜻한 환대 속에서 대단한 영적인 깨달음이나 인생의 전환점과의 만남이 아닌 소소한 일상을 떠올리고, 늘 함께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소중한 가족과 잃어버린 삶의 방향성, 목표 같은 것들을 다시금 마음에 되새기게 만든다.
‘무시아의 돌십자가’에서 시인은 ‘천년의 길이다. 순례자가 지향하는 세상의 땅끝은 이렇게 눈으로 볼 수 있는 물리적인 형상만을 뜻하진 않을 것이다. 순례자, 그들의 마음속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할 땅끝이 평생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다. 유형의 땅끝과 달리 순례자의 마음속에서 ‘땅끝’은 다시 태어나고 자란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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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29쪽 안톤 요새 언덕에서 바라본 메세타 평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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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47쪽 엘 부르고 라네로, 석양이 지는 풍경 |
이 여행 에세이는 프롤로그 ‘가슴 뛰는 일을 찾아’를 비롯해 ‘설렘과 불안이 교차하는 시간’, ‘첫발을 내딛다’, ‘첫 번째 도시 팜플로나’, ‘두려워하지 말고 걸어라’, ‘뒤처져도 괜찮아’, ‘햇빛과 바람과 적막의 공간’, ‘함께 걷고 또 혼자 걷는 길’, ‘아아! 메세타 평원’, ‘외롭고 높고 쓸쓸한’ 등 17장으로 구성됐으며 마지막은 에필로그 ‘카미노의 기억을 떠올리며’가 수록됐다.
전성태 소설가(국립순천대 교수)는 “2023년 봄, 그는 순례자로 길을 떠났다. 한 달이 넘은 사월 초순에 그는 피스테라에 도착해 대서양을 마주한 사진을 보내왔고, 어느덧 여정을 하루 남기고 있다고 했다. 43일, 900㎞의 여행기에는 자유인으로서 자신을 온전히 감각하고 온 한 사람의 여정이 벅차게 그려져 있다. 사회적 인간에서 한 개인으로 탄생하는 충만한 내적 서사가 여행 후기를 넘어선다. 자기를 회복하는 여정을 담백하게 기록한 이 여행기는 누구든 자기 생을 밀어 동참하게 하는 문학적 인력이 강하다”고 평했다.
박광영 시인은 20대에 순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 터를 잡은 뒤 2020년 말에 명퇴해 문학과 귀농에 관심을 두면서 시를 쓰고 있다. 2014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그리운 만큼의 거리’ 및 ‘발자국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과 수필집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를 펴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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