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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석상에서 소개된 ‘5월광주항쟁의 저항시’ 표지 |
일본의 지성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 오카모토 아쓰시 전 월간 ‘세카이’ 편집장,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가와 시인이 발언을 시작하며 ‘5월광주항쟁의 저항시’를 왼손에 치켜들고 광주항쟁을 담은 시와 광주정신을 알린 것.
기자회견은 한·일이 체결한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 일본 측 해석에 따라 한반도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시각이 담겨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수정해야 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밝혀져 의미를 더했다.
오카모토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 석상에서 와다 명예교수, 다나카 명예교수의 발언에 이어 마이크를 이어받은 사가와 시인은 “시인으로 한국시의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엔 ‘5월광주항쟁의 저항시’를 공역으로 전남과학대 김정훈 교수와 함께 출판했다”고 왼손에 책을 들고 표지를 보여주며 소개했다.
그리고 책 속에 박노해 시인의 작품이 포함된 것과 ‘노동의 해방’이 100만 부 팔린 사실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에서 시집이 잘 팔리는 점 또한 거론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경험하지 않은 한국 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계엄령이 선포되자 놀랐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사가와 시인은 “민주화된 뒤에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분단국가”이기 때문이고 “한국은 휴전상태로 교전에 대비해 계엄령이 발포된다”고 지적하며 일본은 남북의 평화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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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윤통신’ 59호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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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윤통신’ 59호 앞뒤 표지 |
일본 헌법 9조를 수호하는 모임인 ‘9조회’가 발행하는 시 문예지 ‘시인의 윤(輪)통신’ 59호(2024년 12월 8일 발행, 총102p) 역시 ‘5월광주항쟁의 저항시’를 소개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문병란·이영진 편, 도서출판 인동, 1987)의 일본어판 ‘5월광주항쟁의 저항시’를 ‘9조회’가 책 표지와 함께 내용을 소개했다.
‘9조회’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1935∼2023)와 반전 작가로 알려진 이노우에 히사시 등이 주축이 돼 2004년 전쟁 재발 방지와 헌법 9조 개정에 맞서 평화헌법 수호를 위해 결성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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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
시선집 원문을 편집한 문병란 시인(1935∼2015)은 책 머리에서 “외세에 의한 타율적 분단의 역사가 만든 한반도 모순의 총체적 집약으로서의 광주는 우리 민족의 이상적 좌표인 민주와 통일을 향해 나아간 민족적 에네르기의 뜨거운 분출이었음을 이 시집을 통해 살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본 출판계는 광주민중항쟁을 그들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대중들에게 현재 수용되고 있는 ‘광주사건’으로 대체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폄하가 아니라 출판사 판매전략 차원에서 광주민중항쟁이 광주사건으로 알려져 있는데서 비롯됐다는 풀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