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생활세계’ 5년 간 연구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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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코로나 이후의 생활세계’ 5년 간 연구 결실

전동진 비평집 ‘김수영과 비트겐슈타인…’ 출간
‘중소출판사 도약부문 제작 지원사업’ 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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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연구자로 대학에 출강 중인 전동진씨가 코로나 이후 5년 동안의 생활세계를 성찰한 비평집 ‘김수영과 비트겐슈타인-팬데믹 이후의 생활세계’(문학들 刊)를 펴냈다. 이번 비평집은 비트겐슈타인의 ‘일상성’,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매개로 19개의 주제어와 7편의 논문 그리고 64편의 에세이 등 3부로 구성됐다.

특히 인간을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매번 다르게 발현하는 특이성의 존재로 시인은 그 특이성이 익숙한 일상에 매몰돼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활발하게 생동하는 자유를 향한 몸짓이라는 시각이다. 기존 제도권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난 5년 동안 문학과 철학, 역사를 넘나들며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집필한 저자의 지향점은 우리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생활세계’에 있는 듯하다.

먼저 제1부에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생활세계를 19개의 주제어로 살피고 있다. 공간은 사물이 깃들어 환경이 된다. 그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에 의해 공간은 경관이 된다. 문학작품은 언어로 이뤄진 경관이다. 저자는 후설의 생활세계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일상성을 사물로 배치하고, 이를 김수영의 시편들이 지향하는 시선을 통해 하나의 경관이 되도록 구성했다.

이어 제2부에는 7편의 논문이 실렸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로 일상성을 탐색한 논문이 2편, 김수영 시를 생활세계의 상상력으로 읽은 논문이 5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전장에 나선 경험이 있고, 또 포로수용소 생활도 했다. 그들의 삶의 경험은 언어적 지향의 차이와 시·공간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밀착돼 있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생활세계의 상상력’을 주제로 김수영의 시 ‘공자의 생활난’, ‘달나라의 장난’, ‘사랑의 변주곡’, ‘거대한 뿌리’, ‘구름의 파수병’ 등 5편을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는 김수영의 산문을 매개로 오늘 우리의 삶과 문학을 사색하는 에세이 64편이 게재됐다. 반세기도 지난 김수영의 글들이 여전히 생동하는 이유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인간의 생활세계에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문학과 철학, 역사를 넘나들며 일상 속에서 생동하는 ‘특이성’으로 재미와 의미를 선사한다.

3부의 글에 대한 저자의 소회가 눈길을 끈다. 저자는 “3부와 같은 글을 쓸 일도 없고, 써도 발표할 데가 마땅치 않았다. 내 이름으로 이런 글을 쓰면 누가 읽어 줄 일도 없었다. 논문을 쓸 때처럼 김수영 시인의 산문에 기대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논문이라는 새장에 스스로 갇혀, 눌러뒀던 삶의 이야기, 문학 이야기를 한껏 펼쳐볼 수 있었다. 정말 뿌듯하고 쑥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이 비평집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출판사 도약부문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경사를 누렸다.

저자인 전동진 시인은 1970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전남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2003년 ‘시와정신’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그 매운 시 요리법’, 비평집 ‘서정의 윤리’, ‘서정시의 시간성 시간의 서정성’, ‘포에톨로지, 서정시의 위상학’ 등을 펴냈고, 논문 ‘정지용 시의 시간성 연구’, ‘시간의식과 장르에 관한 연구’, ‘기형도 시의 시간양상과 주제의식 연구’, ‘서정시의 현재성 연구’ 등을 발표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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