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 서점가서 여전히 강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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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노벨문학상 한강’ 서점가서 여전히 강세 지속

광주영풍문고, 종합순위 1, 2, 5, 11위에 랭크
‘소년이 온다’ 등 거래 꾸준…단독 매대 운영
한강 대 비한강 격돌 양상…이후 대비도 지적

광주영풍문고 전경
설 연휴 이후 겨울 한파가 다시 몰아쳤지만 서점가 한강의 강세는 해가 바뀌었음에도 꺾이지 않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노벨문학상 수상 선정 이후 한국문학계는 한강이라고 하는 소설가로 온통 집중이 됐고, 독자들은 한강에 열광했다. 문학을 전혀 알지 못하는 문예창작과 지망생의 학부모까지 문학 또는 한강을 다 아는 시대로 전환이 된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문예창작과를 지망해도 ‘그 학과가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영향으로 의대나 법대처럼 대충 인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과 달리 문학의 내외연이 얕을 수밖에 없는 이 지역의 문학 현실 속 노벨문학상 여파는 사그라들었을까, 아니면 지속되고 있을까.

지난 4일 밤 문을 닫기 전 둘러본 영풍문고에는 드문드문 시민들과 독자들이 책을 고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끝물이라서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서점 곳곳을 누비며 도서들을 조망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광주 대표 대형 서점 중 한 곳인 영풍문고 역시 한강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었다. 종합 순위에서는 꾸준하게 강세를 이어온 ‘쇼펜하우어’ 관련 도서와 정대건의 소설 ‘급류’ 및 2013년 4월 출간 이후 독자들의 관심이 식지 않는, 관록있는 양귀자의 소설 ‘모순’ 등의 도전 아성을 물리치고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이하 창비 刊)가 1, 2위를 지키고 있다. 종합순위에는 이 두 권 외에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刊)와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 지성사 刊) 가 5위와 11위에 랭크돼 있다. 여기다 소설 분야 순위에서는 1위에 ‘소년이 온다’가, 2위에 ‘채식주의자’가, 5위에 ‘작별하지 않는다’가, 비소설 분야 순위에서는 2위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각각 포진돼 한강의 작품이 장르별 순위에서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광주 대형 서점인 영풍문고 등 서점가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이 지난해 10월 선정 이후 5개월째 꾸준하게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한강 작가의 작품만을 모아놓은 매대를 운영 중인 광주영풍문고 전경.
광주영풍문고 베스트셀러 안내 코너
광주영풍문고는 ‘소년이 온다’가 매주 100권 안팎으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귀띔이다. ‘부채살처럼 도서 판매가 고르게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관계자는 아무래도 독자들이 잘 나가는 책을 찾기 때문으로 그 원인을 진단했다.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한강의 작품들이 훨씬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도 했다.

광주영풍문고는 한강의 작품들이 많이 없어 수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0월에는 단독 매대를 설치하지 못하다가 11월 들어서야 ‘2024 노벨문학상 한강’의 단독 매대를 설치했다. 현재 가장 왕래가 많은 곳에 눈에 띄도록 설치해 운영 중에 있다.

이 관계자는 “한강을 알만한 세대 뿐만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을 포함해 그를 모를만한 세대까지 한강 작가를 다 알고 있다고 보면 된다. 거기다 대충 ‘소년이 온다’가 5·18민중항쟁을 다루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들 있다”면서 “한강 작가의 작품이 강세인데 이 현상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시기적으로 좀 갈 것 같다. 다만 한강 작가의 작품을 보는 김에 다른 책들도 함께 보시고 선택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 단독 매대
또 이날 부산 여행 뒤 광주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시간이 조금 남아서 영풍문고에 들렀다는 현 초등교사는 한강의 작품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도서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이현의 장편동화 ‘푸른 사자 와니니’(전 7권)같은 책을 집중해서 보고 있다는 그는 전반적으로 책에 대한 관심을 둔지 오래 되지 않아서 한강 작가만 알고 있는 상태지, 그의 작품을 자세하게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해야 하는 본격 류의 작품들보다는 술술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조금 감성적이고 힐링이 되는 책 위주로 보고 있다. 아동용 책을 빼놓지 않고 봐야 하는 입장이어서 그런 책들을 보고 있는데 표현 같은 것을 주목해서 본다”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유만 했다. 그러나 이제 여행도 갔다 왔으니 도서관에서 한강의 책들을 포함해 여러 도서들을 빌려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5개월여째 일어나고 있는 이런 현상 때문인지 요즘 서점가는 한강 대 비한강의 격돌처럼 인식된다. 어느 특정 작가의 작품에만 집중되는 현상은 한국문학과 전체 서점가의 근육질을 키우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강의 작품들이 서점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런 한강의 강세가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서점가들은 ‘포스트 한강’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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