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촬영…80년 5월 21일 영상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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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20대 청년 촬영…80년 5월 21일 영상 최초 공개

20대 청년 촬영한 80년 5월 21일 모습은
시민 문제성씨 기증…도청·금남로 등 생생하게 담겨
계엄군 집단발포 직전 모습도…타임라인 명확히 유지

문제성씨가 27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린 5·18 미공개영상 시사회에 참여해 자신이 당시 촬영했던 필름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45년전, 1980년 5월 21일 신군부의 광주 시민들을 향한 집단 발포 전 미공개 영상이 27일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앞서 공개된 외신 기자나 군 당국 등이 제작한 영상과는 달리 항쟁에 나선 시민 내부에서 바라본 시선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이날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호균 기록관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5·18민주화운동 촬영 영상 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1980년 5월 21일 오전 10시~12시까지 5분 40초 분량의 영상기록으로 짧게는 1초, 길게는 25초까지 다양했다.

영상을 시간대·내용별로 정리하면 27초~1분28초 시위대 장갑차 등장, 공수부대 후퇴(시위대 장갑차 추적 및 복귀 장면 최초 확인), 2분35초~2분59초 63대대 실탄 장착한 장갑차 금남로 쪽 전진 배치 상황(시위대 시각에서 재확인), 4분21초~4분33초 리어카 시신 행방 확인 최종 재확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8㎜ 카메라로 당시 금남로 가톨릭센터 인근 아치(곡선형 구조물)에서 찍은 영상 속에서는 80년 5월 21일 금남로, 동구청, 도청 등을 배경으로 광주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또 트럭·버스를 탄 시민들의 항의 대열을 비롯해 도청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계엄군 모습 등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21일 화재가 난 MBC 광주방송국의 모습과 23일 이후로 추정되는 날짜에 태극기가 걸린 충장로 일대를 비롯한 시민들의 일상 장면도 촬영됐다.

시민군 내부에서 바라본 장면으로 촬영된 영상 속에서는 계엄군에게 희생된 허붕, 김재화씨의 시신이 금남로 3가에서 4가로 이동하는 모습, 집단 발포의 전조였던 실탄 분배와 계엄군의 대열 정비, 계엄군이 쏜 최루탄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리어카에 실린 시신을 지켜내는 시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화됐다.

영상에는 당시 구용상 광주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민들을 설득하려다 야유를 받고 내려오는 장면 등도 존재했다.

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해당 영상이 21일 오전이 평온한 분위기가 아닌 시시각각 긴박한 순간들이 전개되는 긴장상황이었음을 증명하는 귀중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계엄군의 최루탄 발사 이후 즉각적인 시위대의 반격 모습 등 기존 파편화된 영상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모습들이 녹화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공개된 영상들 중 일부는 필름 순서나 시간대가 뒤바뀌었거나 연출됐을 가능성이 줄곧 제기돼 왔는데 해당 영상은 타임라인이 명확히 유지된 상태로 현장을 보여주고 있어 계엄군 측 진술의 진위나 영상 조작 의혹을 교차 검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45년 전 광주는 죽음의 도시였지만 지금의 광주는 살아나는 도시, 승리하는 도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가 됐다”며 “아직도 우리는 진실의 조각들을 많이 찾아야 하고 오월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영상을 기증한 문제성씨도 참석했다.

1980년 5월 당시 25세의 청년이었던 문씨는 충장로에 위치한 외국계 사무기기 업체의 광주지사에서 근무했다.

5월18일부터 항쟁을 지켜봐 온 그는 21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보유 중이던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고, 영상을 촬영했다.

문씨는 “과거 관련 영상이 많이 나오면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집에서 보관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존재를 잊었는데 최근 부친 장례 후 유품 정리를 하다 발견했다”며 “당시 필름이 많아 5·18 당시 중요한 상황을 더 찍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5주년을 맞이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자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윤용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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