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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남태평양 밀리환초 제도로 강제동원된 희생자 대다수가 전남지역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최근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남태평양 마셜제도 동원 조선인(전남) 명부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일제 강제동원 연구자인 다케우치 야스토씨는 당시 일제가 작성한 ‘피징용 사망자 연명부’와 ‘해군 군속 신상 조사표’를 입수, 당시 강제 노역에 투입된 조선인들의 신상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밀리환초 강제동원 조선인 640명 명부, 조선인 근로자(반도공원) 퀘젤린·루오트 옥쇄자 조선인 677명 명부, 괌 옥쇄자 조선인 96명 명부 등이다.
특히 밀리환초 강제동원 조선인 640명 중 635명이 전남지역 출신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담양 70명, 순천 63명, 보성 62명, 장흥 56명, 광산 41명, 화순 39명, 고흥 38명, 곡성·무안 33명, 광양 32명, 구례 31명, 영암·강진 29명, 해남 28명, 나주 27명, 광주 18명, 진도·목포 1명 등이었다. 전남 출신으로 적힌 이들은 4명이었다. 이외 충남 공주·보령 2명, 경남 거창·하동 2명, 경기 1명 등도 포함됐다.
이 중에는 1992년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광주천인소송’에 참여했던 원고 20여명이 포함돼 있고, 형제가 함께 강제 동원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마셜제도 내 퀘젤린 환초 등에 투입됐던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명부도 공개됐다.
‘퀘젤린·루오트 옥쇄자(玉碎者) 명부’를 통해 파악된 강제노역 피해자는 총 677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전남, 경기지역 등지에서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96명의 오미야-지마(괌) 옥쇄자 명부에도 75명이 전남, 21명은 강원도에서 끌려온 강제 징용자로 드러났다.
다케우치 야스토는 “온전한 진상규명,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 회복, 유골 봉환 등을 통해 피해자와 유족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아픔을 해소해야 한다”며 “특히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일 양국이 진상규명과 유해반환, 정신계승을 필두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서조왕금씨의 유족인 서태석씨(90)는 “강제동원 사망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한 일본의 사죄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밀리환초 사건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3월 남태평양 마셜제도의 동남쪽 끝에 위치한 밀리환초에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일본군의 잔혹 행위에 반발하자 대규모로 학살한 사건이다.
당시 밀리환초에는 1942년 초 전남에서 동원된 800~1000여명이 군속 신분으로 비행장 활주로 건설 등 일본군의 군사시설 구축 공사에 동원됐다.
하지만 1944년부터 미군의 해상 봉쇄로 보급로가 끊어지면서 고립되자 섬 곳곳으로 분산 배치해 현지 자활을 추진하고 있었다.
1945년 초 일본군이 조선인 2명을 살해하고 그 인육을 ‘고래고기’라고 속여 배급한 사실을 알게 됐고, 급기야 조선인 군속들은 일본군 감시병 11명을 살해하고 탈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거사를 실행하던 중 일본군 일부가 도주해 옆 섬에 있는 일본군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일본군 지휘부가 중무장한 토벌대를 보내 저항에 나선 대다수 조선인을 반란죄로 총살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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