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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남 나주 노안면 유곡리의 한 축사에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선풍기를 가동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축산 농가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2일 전남 나주 노안면 유곡리의 한 축사.
이곳 1983㎡(600평) 규모의 축사 천장에는 온도를 낮추기 위해 설치한 대형 선풍기 36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150마리의 소들은 쉼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에 의지하며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하지만 무더위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맥 빠진 소들은 움직임을 최소화한 채 앉아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고, 일부 소들은 누워서 미동도 없었다.
해당 농가는 소들이 수시로 수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물이 자동으로 공급되는 50ℓ 급수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급수조는 물이 채워지기도 전에 소들이 연거푸 물을 마시면서 급수조가 말라버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료통은 무더위 탓인지 사료가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소가 하루에 섭취하는 사료의 양이 15㎏이지만 최근 연이은 폭염으로 섭취량이 8~9㎏으로 줄었다는 게 농장주 강보선씨(43)의 설명이다.
소들이 사료를 먹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심각한 경우에는 폐사까지 이어진다.
때문에 강씨는 수시로 축사를 돌며 소들의 상태를 살피며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강씨는 “최근 2~3년 사이에 더위가 빨리 오고 길어지면서 여름만 되면 걱정이 태산이다”며 “한 달 전기료가 100만원이나 나와 선풍기를 트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가동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가금류 농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남 영암 시종면에서 5만5000마리의 오리를 키우는 한 사육장 안으로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지면에서 1m 높이에 설치된 선풍기 70여대가 풀가동되고 있었지만 오리들은 더위에 지쳐 바닥에 앉아 있거나 연신 물을 마시며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폭염 속 폐사를 차단하기 역부족인 상황이다.
농장주 권용진씨(58)는 “26년째 오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름만 되면 겁이 난다. 주변 농가를 보면 하루에도 200~300마리씩이 폐사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올해는 더위가 빨리 길게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이틀 동안 폭염으로 61개 축산 농가에서 가축 3만25마리가 폐사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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