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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상시인집 2025’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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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
지난해 8월 일본 유력 시 전문지 ‘시와 사상’에 시 ‘봉선화’와 ‘봉선화가 탄생하기까지’라는 글로 등단하면서 시집을 출판한 뒤, 국내와 일본에서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가 주인공으로, 문예지와 일간지 등에 시를 연이어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시와 사상’ 8월호(8월 1일 발행)에 ‘책 속’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책 속’이라는 시는 김 교수가 한일 역사적 비극에 대해 시공을 초월한 시각에서 평화의 염원을 담아 형상화한 작품으로 상호교차적 표현과 수사를 통해 휴머니즘에 접근하려는 사유를 담았다.
김 교수는 ‘책 속’이라는 작품을 통해 ‘페이지를 펼치면/물결치듯 다가오는 그리움이/눈앞에 비칩니다//어느 환상적인 곳에서 만난/남녀의 운명적인 사랑도/펼쳐집니다//아스라한 추억을 되살리는 거울/불투명한 미래를 비추는 등대//인생도 있고 진리도 있고/견딜 수 없는 외로움도 있고/기다림에 지쳐 흘리는 눈물도 있습니다//…중략…/노벨상 수상자 한강이 새긴/5·18현장의 잔혹한 장면에는/희생자들의 피가 고여 있습니다/거기에서 하나오카 사건 희생자들의 절규가/들리는 것은 왜일까요//…후략…’이라고 노래한다.
‘책 속’은 10연 32행 분량이다.
또 김 교수는 최근 출간된 ‘시와 사상 시인집 2025’에도 국내의 계엄 상황을 다룬 창작시를 게재했다. ‘시와 사상’이 일본 문단의 시인들 작품을 모아 매년 출간하는 공동시집에도 시를 발표한 것이다.
1972년 창간한 ‘시와 사상은 ’창간 이후 문예지와는 별도로 1995년부터 매년 ‘시와 사상 시인집’을 꾸려왔다. 김 교수가 이 공동시집에 시를 게재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시와 사상 시인집 2025’는 400여 명의 시인 작품으로 구성된 방대한 시집으로 474쪽 분량에 달한다.
띠지에는 “1972년 ‘시와 사상’에 모인 시인들은 자신들의 편집으로 특정한 시적 경향이나 사상 신조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지의 창간에 뜻을 두었다”고 당시의 취지가 새겨졌다.
그리고 “올해도 442명의 시인이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작품을 보내왔다. 전쟁과 기후 변동 등에 위협받는 이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했는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집을 보낸다”는 문구가 담겼다.
김 교수는 시 ‘2025년의 봄’을 통해 ‘거센 바람에 꽃대가 흔들리면/저편 꽃잎들도 두려워하겠지//거센 바람에 먹구름이 몰려오면/저편 하늘도 몸을 움츠르겠지//어디서나 위선자의 목소리는/허공에만 머무는 메아리//어디서나 독재자의 몸짓은/가면무도회의 춤사위//아아! 바다 건너 속보가 되어/사람들 가슴 속을 파고드네//광장의 얼굴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시민의 눈은 이글거리는 태양 빛//춤을 추며 진실을 전하려는 청년들아!/광화문 광장에서, 5·18 광장에서/새역사의 문을 두드리는가/…후략…이라고 읊는다.
시 ‘2025년의 봄’은 11연 24행 분량이다.
김 교수는 긴박한 국내 상황을 일본 독자와 공유하며 권력의 불법적인 선포로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에 맞서 몸부림치는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리고 평화와 자유를 향한 마음이야말로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 공통 관심사임을 노래했다.
김정훈 교수는 그동안 저서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을 비롯해 ‘마쓰다 도키코와 조선’, 편역서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와 시집 ‘아들과 함께 보는 서울의 봄’ 등 다수를 펴낸 바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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