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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목포농협 용해지점장 |
대부분의 국민은 서울우유를 일반 기업으로 인식하지만, 그것은 농업인과 축산인들이 함께 만든 협동조합의 결실이다. 이처럼 협동조합은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존재의 의미는 종종 잊는다.
울릉도에도 농업인이 있고, 백령도에도 어업인이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과 같은 협동조합이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늘 협동조합이 있는 이유는 농협은 생활물자를 공급하고, 수협은 어민의 자산을 지켜주며,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지역민의 금융을 책임져왔다. 협동조합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숨통이고, 서민의 희망이며, 공동체의 미래다.
협동조합은 자본금 조달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참여에 따른 이용고배당, 민주적 운영, 지역사회 기여 등 7대 원칙을 충실히 지켜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도서·산간 지역까지 촘촘히 뿌리내려, 시장이 외면한 곳에서도 금융과 복지를 제공해왔다. 울릉도에 단 하나의 은행이 없다 해도, 농협은 그곳에 점포를 열어 주민의 삶을 지켜낸다. 이는 주식회사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사회적 가치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조합 예탁금 비과세 특례’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89조의3에 따르면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에 예탁한 3000만원까지의 이자소득에 대해 일반 세율(15.4%)이 아닌 농어촌특별세 1.4%만 부과되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세금 감면이 아니라, 금융취약계층의 자산 형성과 지역 조합의 자금 안정성을 동시에 도모하는 정교한 포용금융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도 세제 개편안’에는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 축소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은 비과세 적용 대상을 농어민과 총급여 5000만원(종합소득금액 3800만원) 이하의 준조합원으로 제한했다. 이는 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기준과 동일하며, 농어민과 서민층에 대한 지원은 유지하되 중산층 이상의 혜택은 줄이겠다는 취지이다.
그동안 상호금융 비과세 제도는 대도시 고소득자의 절세·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한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제도가 여전히 다수의 서민과 은퇴자, 자영업자들에게 생계와 직결된 금융 접근성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이 특례를 실제로 활용하는 주요 계층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 60세 이상 은퇴자 등이다. 한 어르신은 평생 모은 퇴직금을 조합에 예탁하며 “이곳은 내 돈을 지켜주는 마지막 울타리다”고 강조한다. 한 자영업자는 불확실한 내일을 대비해 조합에 적금을 들며 “은행보다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그들의 희망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며, 조합 예탁금 비과세 특례는 그 보루를 지키는 작은 장치로써 그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이 제도가 사라진다면, 조합의 자금 유입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그 여파는 곧 지역사회 전체로 번질 것이다. 금융의 문턱이 높아지는 순간, 가장 먼저 문밖에 서게 되는 사람은 서민이 될 수 밖에 없다. 협동조합이 흔들리면, 지역의 숨통도 함께 막혀 이는 단순한 세율 인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된다.
따라서 조합 예탁금 비과세 특례는 단기적으로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상시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공공성 유도 장치를 병행함으로써 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적 신뢰 속에서 더욱 건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연소득 기준을 명확히 하거나, 지역사회 기여도에 따라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형평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이 제도 개선의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제도의 연장과 상시화를 통해 서민금융의 안전망을 지켜야 한다. 협동조합의 철학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금융의 길을 계속 이어가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포용국가의 길이며, 국민이 체감하는 따뜻한 정책이다.
협동조합은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가치,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온기를 품고 있고 그 온기를 지키는 일은 곧 우리 사회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다. 지금, 그 품격을 지켜야 할 때이다. 협동조합이 지켜온 공동체의 온기와 희망을,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 결단으로 이어주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이며, 지역을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