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긴장에서 공존으로 나아가는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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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긴장에서 공존으로 나아가는 광주

박상욱 광주경찰청 제3기동대원
2018년과 2025년, 나는 같은 광주 퀴어문화축제를 두 번 경험했다. 처음은 의무경찰로, 두 번째는 기동대 순경으로. 7년 사이 광주의 분위기와 경찰의 대응 방식은 뚜렷하게 달라졌다.

2018년 첫 축제의 5·18민주광장은 찬반 집회가 뒤엉킨 채 긴장이 극심했다. 일부 반대자가 행진을 막아 서고 도로에 드러눕자 경찰은 촘촘한 차단선으로 양측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때 경찰은 충돌을 ‘억제하는 벽’이었다.

반면 2025년 금남로 축제는 인권교육과 사전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관리 중심’으로 운영됐다. 반대 집회는 500m 떨어진 공간에서 진행됐고, 동선도 사전에 분리돼 현장에는 충돌이 없었다.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퍼레이드를 즐겼고 경찰은 흐름을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달라진 것은 경찰의 방식이다. 2018년이 대치·차단 중심이었다면, 2025년은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함께 보장하는 운영으로 진화했다. 병력 규모는 비슷했지만 현장 설계의 정교함이 갈등을 줄였다.

의경과 순경으로 두 시기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광주가 긴장에서 공존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체감했다. 광주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함께 성숙하는 도시로 더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도 경찰은 특정 입장을 지지하지 않고, 모든 시민의 권리와 안전을 균형 있게 보장하는 원칙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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