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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대웅 경제부 차장 |
표면적으로는 구직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인식 조사이지만 수치 하나하나가 청년들이 마주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취업난’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실제로 얼마나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다시 확인해 준다.
조사에서 대학생 10명 중 6명이 스스로를 ‘소극적 구직자’로 분류했다는 결과는 특히 무겁게 다가온다. 이는 단순히 의지가 낮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직 과정 전반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청년들이 학습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입사 지원을 늘려도 합격률은 더 낮아지고, 준비 기간은 길어지는데 기회는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청년들은 구직을 ‘의례적 절차’로 받아들이는 현실이다.
더 눈에 띄는 지점은 소극적 구직의 가장 큰 원인을 ‘역량·기술·지식 부족’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청년층 스스로가 자신의 경쟁력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고도화된 산업 변화에 교육과 직업훈련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준비가 부족하다기보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조차 불명확한 시장 구조가 청년의 불안을 키우고 있었다.
여기에 ‘전공 및 관심 분야 일자리 부족’과 ‘신입 채용 감소’ 같은 응답이 이어진다는 점은 노동시장 전반의 기회 자체가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의 장기 미취업 증가 추세와 맞물리며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 불안이 단순한 경기 요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정책 개선 과제로 ‘기업 고용여건 개선’이 가장 높은 선택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기업들은 규제 강화와 비용 부담 증가 속에서 신규채용 여력을 잃어가고 있고 청년들은 그 영향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결국 청년 취업난은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산업·규제·채용 환경 전반을 조정해야 풀릴 문제라는 점에서 답이 명확해진다.
이번 조사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소극적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그들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지원해도 잘 되지 않는 구조’이고 ‘기회 자체가 희박해지는 시장’이다. 청년층에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자기계발이 아닌 ‘가능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이다. 정책의 방향도 그 지점을 향해야 한다.
2025.12.12 (금) 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