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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재 전남도의원 |
그러나 이러한 성과 이면에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 양식 생물의 질병·폐사, 영양염류 변동 등으로 전남 어업인들은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수온 상승으로 김 채묘와 수확 시기가 해마다 흔들리고, 전복 양식 현장에서는 고수온기마다 먹이인 다시마가 녹아내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는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이다. 전통적 경험과 감(感)에만 의존한 양식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양식 산업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양식장 곳곳에 수온, 염분, 영양염류, 용존산소 등 해양 환경 요소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축적·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최적의 채묘·산란 시기를 예측하고, 질병 발생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선제 대응할 수 있다.
다행히 전남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다. ‘AI기반 어장공간정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활용사업’이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과 협력해 추진되고 있다. 전남의 핵심 양식 주산지인 고흥, 신안, 완도, 진도, 해남 등 5개 군을 대상으로 해양 환경과 양식 정보를 통합 관리·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에는 공공·연구기관과 민간 ICT 기업이 참여해 △수산양식 지능형 플랫폼 △AI 기반 의사결정지원 시스템 △현장 실증 및 서비스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실제 어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양식 시스템을 구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수산양식업 종사자와 어업인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행사와 의견수렴회를 열어 주요 장비와 시스템을 시연하고,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실제 수요자인 어업인들이 첨단 기술을 직접 체감하고, ‘어장 위에서 작동하는 사업’이 되도록 하는 과정이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면 어장 환경 예측, 사육 관리 자동화, 생산·유통 효율화, 품질·안전 관리 등 현장 애로를 해결하는 AI 서비스가 단계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양식어장에 첨단 기술이 지속적으로 접목·확대된다면 기후변화라는 외부 변수에 수동적으로 휘둘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어장 환경을 미리 예측·관리하며 과학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스마트 양식’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 변화가 일회성 사업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어장 환경 데이터 인프라 구축·운영에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중장기 재정 지원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동시에 어업인 교육·컨설팅, 청년 인재의 어촌 유입, 전문인력 양성 등 ‘사람에 대한 투자’와 데이터 표준화, 개인정보·영업비밀 보호, 기관 간 데이터 공유 체계 마련 등 제도 정비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
전남은 이미 김과 전복을 비롯한 수산양식 분야에서 전국을 선도해 온 지역이다. 여기에 AI와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동력을 결합한다면 전남 수산물은 K-푸드를 넘어 글로벌 프리미엄 수산 브랜드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우리 전남의 어업인들이 AI 기반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해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전남 수산물이 명실상부한 K-푸드의 중심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어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을 가속화하고, 풍요로운 전남의 바다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2025.12.14 (일) 1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