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대한 기억과 남도의 자연 풍경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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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고향에 대한 기억과 남도의 자연 풍경 새기다

전남도립미술관 초대 김선두전 내년 3월까지
예술이 지닌 색의 결과 획 경험…주요 연작 소개

‘싱그러운 폭죽’
남도 수묵의 정신을 토대로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해석해 온 전남도립미술관의 지역작가 초대전 기획의 전시가 마련된다.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색의 결, 획의 숨’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23일 개막, 오는 2026년 3월 22일까지 전남 장흥 출생 김선두 작가 초대전을 갖는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40여 년간 구축해 온 예술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고향에 대한 기억과 남도의 자연 풍경에서 출발한 ‘남도 시리즈’를 비롯해 ‘낮별’, ‘느린 풍경’, ‘지지 않는 꽃’, ‘아름다운 시절’ 등 그의 주요 연작을 폭넓게 소개한다.

특히 대형 신작 ‘밤길’과 함께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들을 다수 선보이며, 작가의 조형적 탐구와 회화적 실천을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작가의 회화 핵심은 전통 한지인 장지 위에 동양화 분채와 안료를 혼합한 색을 수십 차례 반복해 쌓아 올리는 독자적인 장지 채색 기법이 꼽힌다. 장지는 색을 천천히 머금고 스며들게 하는 고유의 물성을 지니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색은 겹겹이 축적되어 깊은 결을 형성한다. 이처럼 중첩된 색의 층위는 단순한 색채의 반복을 넘어, 작가가 오랜 시간 지속해 온 수행과 사유의 흔적, 곧 ‘시간의 결’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 ‘색의 결, 획의 숨’은 이러한 조형적 특성을 함축하고 있다. 색은 시간을 머금은 결을 이루고, 획은 그 시간 속에서 남겨진 호흡과 움직임을 드러낸다. 이는 그의 회화의 핵심 미학으로, 전통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하되 이를 동시대적 감각과 조형 언어로 확장해 온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느린 풍경-유정길’
전시는 연대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작가의 삶과 경험, 사유의 흐름을 중심으로 주요 대표작을 엮어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남도 풍경 속 자연의 감각과 서정을 담아낸 1장 ‘모든 길이 노래더라’를 비롯해 들꽃의 이미지에 깃든 강인한 생명력을 조명하는 2장 ‘그거이 달개비꽃이여’, 고향의 대지와 삶의 속도에 대한 성찰을 담은 3장 ‘사람다운 길은 곡선이라야 한다’, 그리고 한국화의 동시대적 의미와 미래 가능성을 모색하는 4장 ‘우리 그림을 위하여’ 등이 관람객들을 만난다. 작가의 예술의 조형적 특징과 미학적 성취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또 전시에는 ‘시와 그림’을 매개로 한 참여형 공간이 마련, 관람객이 작가의 문학적 감수성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작가는 오랜 시간 문학인들과의 협업을 지속해온 가운데 “내게 시는 지난한 붓질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회화는 남도의 땅을 걸으며 마주한 삶과 자연, 그 속에 깃든 정서를 ‘길’이라는 서사적 모티프로 풀어내며, 관객은 작품을 따라가듯 감상하며 수묵이 드러낸 길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삶의 정서를 천천히 탐색하게 된다.

김선두 작가는 남종 문인화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소천(小泉) 김천두(1928-2017, 전남 장흥 출생) 화백의 장남으로, 남농 허건과 월전 장우성에게 사사했으며, 작가 자신을 포함해 차남 김선일, 그리고 손자 김중일(서울대 한국화과)로 이어지는 3대 화가 가계를 형성해 한국 화단에서도 드문 예술적 계보를 이룬다.

작가는 1980년 일랑 이종상 화백에게 산수화와 장지 기법을 배우며 본격적인 작가 수업을 시작했고,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계기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같은 고향 출신인 소설가 이청준과 30여 년에 걸친 깊은 예술적 교류를 이어왔으며,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는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았다. 아울러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리며 대중적 인지도 또한 확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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