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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용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정치학 박사 |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며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핵심지휘부 제거작전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최첨단 정보전 능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 체포사건은 이전의 작전들과 성격이 다르다. 개인이나 게릴라조직이 아니라 주권국가의 현직 지도자를 상대로 특수부대가 작전을 순식간에 종결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의 정보, 군사적 역량수준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장면이고 북한 김정은과 같이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의 지도자들로서는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작년 10월 경주 APEC행사 전후에 트럼프는 김정은과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했으나 끝까지 김정은의 응답이 없었다. 이것은 트럼프 인내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트럼프는 한국에 핵추진잠수함 건조승인과 군산 기지에 최첨단 암살무기인 MQ9리퍼 부대를 창설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한편, 중국 시진핑 입장에서 동북아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존재가 자신의 말을 사사건건 듣지 않는 북한의 김정은이다.
지난 2013년 김정은은 친중파의 거두 장성택을 잔인하게 숙청했고 4년 뒤에 정치적 라이벌인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에서 독살했으며 중국이 견제하는 러시아와 군사동맹까지 맺음으로서 시진핑을 대노하게 했다. 지난 2015년에 시진핑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을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일본 등 4개국이 분할 점령해 통치하는 계획을 제시한바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의 동북아 상황에서 미국의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이 잠정적으로 합의만 한다면 북한 김정은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는 언제든지 가능다고 본다. 따라서 신변위험을 느낀 김정은이 금년 4월 이후 트럼프의 중국 방문길에 원하던 원치않던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수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예상대로 북한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마두로가 체포된 다음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유린하는 주권침해 행위를 감행했다”며 비난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핵전쟁 억제력을 고도화해야 할 이유를 이번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현직 국가원수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이송했다는 사실은 북한 김정은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이 기존의 국제적인 원칙과 규범을 부정하는 분위기는 북한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쉽게 볼 수 없게 하는 요소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국제법은 필요 없고 도덕성만이 유일한 제어장치라고 말해왔다. 이번 사태는 그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주며 트럼프에게 외교는 오직 미국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고 외교가 통하지 않을 경우 군사력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이번 사태에서 북한을 긴장시킨 장면은 미국이 마두로라는 지도자만 족집게식으로 체포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모든 권한이 1인, 즉 수령에게 집중된 유일 영도체제 사회인 북한입장에서 미국의 정밀한 정보력을 통한 소규모 군사력 투사와 지휘부 제거가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다. 핵보유국이자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정권에 맞서는 조직화 된 내부 저항세력이 없는 북한의 특성상 이라크식 체제 전환은 현실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 그러나 지도자만 제거하고 기존 기득권층을 활용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이 북한에 이런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단기적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엘리트 구조 전체를 뒤엎지 않는 한 비교적 빠른 안정 확보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성립한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의 대화에 미련을 보이고 있고, 트럼프가 ‘처음에는 강하게 말은 하는데 결국 발을 뺀다’는 타코(TACO)가 아니라 “까불면 다친다”(FAFO)는 트럼프의 힘을 직접 목격한 상황에서 미국과 맞설 경우 김정은 체제를 향한 미국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안절부절 하고 있다.
오는 4월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트럼프는 다시 한번 김정은과의 만남을 시도할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지난해 10월처럼 트럼프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트럼프는 언제든지 군사력 카드를 사용해 북한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시킬 수 있다. 규범이나 말보다 힘이 앞서는 시대에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핵 카드는 억지력이 아니라 오히려 체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던지는 경고는 분명하다. 김정은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통일의 초석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2026.02.02 (월) 2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