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의 치유 기원" 상처가 된 삶 해원 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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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이땅의 치유 기원" 상처가 된 삶 해원 갈구

이효복 시인 제3시집 ‘너는 오월로 서 있다’ 선봬
이준규·김향득·예제하 등 잊힐 수 없는 이들 각인
의로운 분들 되새겨…출판기념회 12일 풍암동서

‘너는 오월로 서 있다’
나란히 남편(박현우 시인)과 시를 쓰면서 부부 시인으로 알려진 전남 장성 출생 이효복씨가 세번째 시집 ‘너는 오월로 서 있다’를 푸른사상 시선 218번째 권으로 펴냈다. 같은 출판사에서 204번째 권으로 시집을 출간한 바 있다. 시인은 늘 풋풋한 남도의 삶에 천착하며 시적 영토를 개인의 영역에 가둬두기 보다는 역사와 사회적인 영역에까지 시적 촉수를 뻗치곤 했다. 시인이 오지랖이 넓다기보다는, 공적 영역의 삶과 사적 삶이 따로 분리돼 간다는 생각보다는 두 간극 간에 서로 보이지 않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작은아버지는 5·18 당시 신군부의 진압명령을 거부했던 이준규 목포경찰서장이었다. 이 서장은 신군부에 따르기보다는 시민들의 생명을 먼저 챙겼기에 전두환 정권에 의해 90일 간 구금당해 고문을 당했고, 풀려나자 마자 파면당했다. 고문후유증으로 5년 뒤 별세, 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2018년에야 명예회복이 됐다. 작은아버지 일이 있으면서 공직에 부친마저 완도 등 섬지역을 전전해야 했다. 시인은 시인대로 5·18의 기억은 선명하다. 5·18 일어나던 해 막 교사로 부임해 보문고에 재작하던 때였다. 학교가 휴교조치가 내려졌고, 착검한 게릴라군에 교사라는 신분을 입증해야 했다. 그 와중에 버스로 이동하던 중 게릴라군으로부터 자신만 하차해 군인들 틈바구니로 붙들려 가 난처한 상황을 겪었고, 훗날 상처가 됐다. 그는 5·18의 배후나 주동자여서 아팠다기보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부조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상처를 받은 시민이었다. 이런 정체성이 3부에 5월시를, 4부에 작은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 배치한 이유다. 또 시집 출간 준비 중에 비보들을 빠뜨리지 않았다. 고교생 5·18 시민군 김향득(사진작가)씨나 예제하 기자(광주인) 등을 잊지 않고 시집 안에서 그들의 영혼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데도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시집 표제 역시 김향득 열사와 연관있다. 김 열사가 생전 이 시인에게 도청 앞 은행나무에 5·18 때 엄청나게 많은 총격을 받아 탄환 자국이 셀 수없을 만큼 많이 남았는데 그것을 설명해주곤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화한 것이 ‘오월 은행나무로 서 있다, 김향득’으로, 시 구절에서 차용해 표제로 삼았다. 시집 표제만 놓고 보더라도 전체 핵심 서사는 오월에 맞춰진 셈이다. 서두를 통해 “이땅의 치유를 기원한다. 혼을 다해 생을 마감한 의로운 분들의 고통과 슬픔을 새겨본다”고 했듯 이 시집이 지향하는 지점을 몇몇의 시편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오월 은행나무로 서 있다, 김향득’이라는 시를 통해 ‘옛 전남도청 본관 앞 총상 맞은 은행나무,/그 탄흔의 상처를 마음 애타 어루만지며 내게 말했다/난 기억해 그 애틋한 말의 기억 너무 힘들어/말끝 잇지 못하고 터져버린 울음//…중략…//그곳에 가면 너를 만났다/옛 전남도청 앞 은행나무 탄흔 흔적 불거진 상처/어루만지며 너는 오월로 서 있다/오월의 은행나무로 서 있다’고 노래한다.

출판기념 북토크 및 시낭독회 안내 포스터.
또 시 ‘오월광장을 누비다, 예제하’라는 시를 통해 ‘학동 참사 1주년 현장에서 만나/읊은 시 전문을 언론에 개재해주었고/시집에서 소쇄원이란 시가 유독 다가왔다며/라이브 방송에서 연속적으로 호명해주던/그의 다감한 음성을 더는 들을 수 없다/…중략…/학동 참사 현장에서 5월 민주광장에서 음악 방송에서/그 모든 기억을 안고 먼저 가는구나’라고 읊고 있다.

김향득과 예제하가 숨지는 일에서 5·18과 학동 참사 등 힘없는 약자들의 숭고한 삶을 상기하고 있다. 단순하게 어떤 사람이 숨졌다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함께 하는 이들의 선의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시적 섬김을 발현하고 있다.

이어 ‘역사를 바로 세우다, 이준규2’라는 시를 통해 ‘…전략…/일촉측발 목포역 광장의 엄청난 인파/총부리를 거부하고/끌려가 무려 90일간의 구금과 고문./파면으로 이어져 숨을 거둔다/그의 총성 없는 저항/역사를 바로 세우다’고 전개하고 있다. 1편과 2편이 나란히 실려 있다. 그가 역사적 해원을 풀어가려 애쓰는 흔적으로 이해됐다.

‘희망의 서사, 홍성담2’에서는 역사의 망루이며 진혼굿이고 꿈의 이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준규를 다룬 시처럼 1편과 2편이 수록됐다. 이번 시집에서 그의 감성이 가닿고 있는 지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투죽위교, 오곡문, 조담, 애양단, 담장, 광풍각, 제월당, 대봉대 등 소쇄원 시 10편 이상이 시집에 포함됐다. 전통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적 관심의 진폭이 얼마만큼 큰가를 여실히 직감할 수 있다.

이효복 시인은 조선대 국문학과를 졸업, 1976년 ‘시문학’에 ‘눈동자’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달밤, 국도 1번’, ‘나를 다 가져오지 못했다’, 부부 시집 ‘풀빛도 물빛도 하나로 만나’ 등을 펴냈다. 부부교사, 부부시인으로 TV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부부 시화전 ‘시가 꿈꾸는 그림 그림이 꿈꾸는 시’(그림 홍성담 외 7인)를 진행했다. 오랜 기간 중·고교 국어 교사로 재직했고, 대안학교와 신안섬 등에 문예창작 교사로 출강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와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편 출판기념 북토크 및 시낭독회는 지난 1월 27일 장성에서 한차례 연데 이어 12일 오후 6시 풍암동 영빈관 4층 대연회장에서 열 예정이다. 이날 출판기념 북토크 및 시낭독회에서는 남편인 박현우 시인의 시집 ‘머문 날들이 많았다’와 함께 기념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날 출판기념 북토크 및 시낭독회는 조영석(언론인)씨의 사회로 소프라노 신은선·바리톤 김용원씨의 축하공연, 대담, 손혜진·한종근 시인의 시낭독, 맹문재 교수(안양대)의 ‘박현우·이효복 시세계’ 강연, 민중화가 홍성담씨 등의 축하인사, 피날레 공연 등 다채로운 순서로 진행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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