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시간 조각들"…색 조합·단순화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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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일상의 시간 조각들"…색 조합·단순화 구현

[남도예술인] 한국화가 조선아
색채, 고요·깊은 울림…붓질, 기억·감정 중첩
수묵 작업 후 대학원 진학 본격 채색 작업펼쳐
색감에 예민…여유 가지면서 작업 방향 모색

한국화가 조선아씨는 “너무 길게 목표를 잡는 것보다 단기 목표를 잡는 것을 좋아한다. 올해 작업에서는 조금 변화를 줘야 될 것 같다. 좀 편안하게 여유를 가지면서 다음 작업 생각을 해볼까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기억의 그곳’


‘내일의 빛’
“자연은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 질서를 품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며, 익숙함 속의 평온함과 지루함 사이를 오간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처럼 느껴지는 자연의 장면 속에서, 나는 ‘시간’이라는 시선을 통해 그것을 다시 바라본다. 어제의 하늘과 오늘의 하늘은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결코 같을 수 없다. 맑은 오후의 투명한 노랑빛, 흐린 날의 푸른 회색빛처럼, 매 순간의 빛과 온도, 공기의 결은 달라진다. 그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 또한 섬세하게 바뀐다. 이 작업은 그러한 찰나의 감정과 색채의 변화를 포착하려는 시도이자,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시각적 기록이다.”

이는 작가가 2025년 7월 11일부터 8월 10일까지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에서 ‘시간을 담다’라는 타이틀로 열린 개인전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의 서문을 들여다보면 그가 구사하는 작업의 향방을 읽을 수 있기에 조금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는 분채와 한지라는 전통 재료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감정의 흐름을 담아냈다. 한지 위에 수차례 색을 얹고 덧입히며, 감정과 시간의 층위를 쌓아갔다. 따뜻한 햇살이 투과하듯 스며든 색채는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고, 반복되는 붓질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하나의 화면 위에 중첩시킨다고 한다.

주인공은 이런 예술적 사유로 작업에 몰입하고 있는 한국화가 조선아씨가 그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작업실이 있지만 최근 이사를 한 광주대 인근 그의 자택으로 찾아갔다. 겨울 동안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서다. 봉선동 작업실에 오가며 버려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점심을 굶는 날 역시 작지 않은 모양으로, 작업에 빠지면 무섭게 집중을 하는 것으로 성향이 읽혀졌다.

조 작가가 그림에 입문한 계기는 초등학교로 돌아간다. 예술은 모두 초등학교 때 발아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조 작가에게도 통한다. 스승은 김기수 선생님으로, 미술이라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이다.

그렇게 미술에 빠져들게 된 작가는 그 선생님으로부터 수채화를 배웠다. 그러고 나서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면서 재미를 느껴 더 깊이있게 빠져든 모양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입시 한 달을 놔두고서 예술고 입학 꿈이 생겨 오로지 그곳을 목표로 해 짧은 시간 동안 나름 치열하게 준비한 끝에 예술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 입학 전 한국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화하기를 잘 했다고 술회했다. 서양화니, 수채화니, 유화니 등 다른 파트들을 경험했지만 한국화가 훨씬 재미가 있었던데다 새롭게 눈을 뜨게 된 장르가 한국화였다. 미술교육과를 거쳐 대학원은 학교를 옮겨서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조선대 대학원으로 진학해 미술 공부를 이어갔다. 석사는 당시 조송식 교수로부터, 박사는 김종경 교수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제도권 교육을 탄탄하게 거친 작가는 미술교육과에서 수묵 작업을 배웠고, 대학원에 진학한 뒤 채색 작업을 익히게 된다.

채색을 배워본 뒤 너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자신이 하고픈 색깔을 배워가는 느낌이 들었던 듯 싶다. 아울러 채색화를 하고 싶어하는 열망과도 부합됐다.

이 무렵 그는 비로소 먹을 완전히 놓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학원은 그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시기지만 우선 먹을 놓고 채색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였다.

작가는 색을 올리면서 기다리는 동안 생각도 많이 정리가 되고, 무언가 치유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굉장히 안정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필요할 때는 막상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밑작업을 미리 해놓곤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그가 채색에서 느끼는 매력의 실체다. 밑 작업은 그에게 그런 의미다.

이런 그도 ‘보완하고 싶은 것들이 없을까’가 궁금했다. 지난해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했는데 거기서 느꼈던 점이 색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향이었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시간’을 주제로 하되, 방법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작품의 변화 내용은 내년 쯤 공개를 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시간을 담았다고 표현했다면, 앞으로는 시간에 색이 스미는, 그런 느낌으로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포인트 부분에 시간 조각들의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수평선 같고, 또 한편으로는 풍경 같지만 어떠한 특정한 풍경은 아니에요. 제가 담고 싶었던 시간의 조각들을 모아가지고, 화면에다가 표현을 하고 싶죠. 이제 그렇게 진행을 하고 있어요. 제 일상의 시간들을 쌓는 개념으로 말이죠.”

‘시간 속으로’
‘기억의 그곳’
‘시간을 바라보다’,
그런데 거실에 진열된 작품에서 적색 등 컬러톤의 색과 비워지고 단순화되는 화폭이 단박에 눈에 들어왔다. 궁금하던 차에 컬러톤의 색감을 구사하는 이유를 묻자 물건이든, 옷이든 강한 칼라톤을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히 취향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색감에 대개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래 작업은 이렇게 색이 막 이러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변화된 계기가 자꾸 그림을 그리면 내가 여기다가 뭔가를 해야 된다는 강박증 때문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림을 평생 그릴 건데 재미있고 편하게 그리고 싶었죠. 그래서 뭔가를 그리면서 어떤 형태를 보여주기보다는 색을 조합하는 것을 대개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컬러를 고르는 것 자체를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해보자 해서 ‘뭔가 그려야겠다는 것을 좀 빼보자’ 한 것이 단순화된 화면으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그의 최근 작품은 선을 긋듯 분할이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할을 한 이면에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뜻이 내포돼 있다.

이처럼 작가가 구상을 하다가 추상으로 넘어온 것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는다. 사실 4~5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전인 2012년부터는 여성성을 탐구했다. 박사학위 청구전 때 여성성을 이야기 했던 것 또한 이런 연유가 작용해서다. 그후 ‘연’ 작업을 하며 그것을 시리즈로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같이 꾸준하게 모티브의 변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그에게 붓을 놓아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2016년부터 2018년 무렵까지 늦둥이를 가지면서 한 2년 정도를 본격적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집에서 드로잉만 해야 했다. 이때 드로잉이 굉장히 재미있다는 것을 깨쳤다. 드로잉이야말로 협소한 공간에서 준비물이 많이 없어도 시간 날 때마다 할 수 있는 장점을 알게 된다. 물론 의도적으로 멈춰야 했을 정도로 드로잉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그의 회화 인생은 2000년부터 2012년도까지가 제1기이고, 2012년 이후부터 막내를 출산한 2018년도까지가 제2기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가 제3기에 해당한다. 특히 제1기는 석사와 박사학위를 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던 때로 규정된다. 밤 작업을 피하고 낮 작업을 선호한다는 작가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화가가 되고 싶은가’를 질의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너무 길게 목표를 잡는 것보다 단기 목표를 잡는 것을 좋아합니다. 타이트하게 목표를 잡으면 전시를 많이 하게 되고,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되기에 짧게 짧게 끊어쳐 나아가는 것을 선호하죠. 올해 작업에서는 조금 변화를 주고 있어요. 앞으로 뭔가를 몰두해서 다른 신작을 보여주는 전시는 안할 겁니다. 좀 편안하게 여유를 가지면서 다음 작업 생각을 해볼까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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