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학교 건축·운영비까지 조선인에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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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일제강점기 학교 건축·운영비까지 조선인에 전가"

심정섭 명예관장, 총독 명의 목배·포장 등 사료 3점 공개
기부자 포상하며 건립 독려…식민통치 협력 분위기 조성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학교 건축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조선인에게 부담시키고, 기부자에게 총독 명의의 포상을 내리며 교육시설 확충을 독려했던 실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공개됐다.

2일 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이자 식민지역사박물관 명예관장인 심정섭 사백(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이 기부자에게 수여한 목배와 포장(표창장) 등 관련 자료 3점을 공개했다.

자료는 2대 조선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1917년 기부자에게 하사한 목배 1점과 3대 총독 사이토 마코토 명의의 공립보통학교 건축비 및 운동기구 기부 포장 2점이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교육정책에 필요한 비용을 조선인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1911년 10월 28일 제령 제12호로 ‘공립보통학교비용령’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공립보통학교 설립·유지 비용을 임시은사금 이자와 향교재산 수입, 기본재산 수입, 수업료, 기부금, 국고·지방비 보조금 등으로 충당하도록 하면서, 부족한 비용은 학교 설립구역 내 조선인이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부담금은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 징수할 수도 있었다.

국가기록원은 당시 공립보통학교 설립·운영 비용에 조선인의 부담을 지우는 제도가 운영됐으며, 1920년에는 ‘조선학교비령’이 제정돼 부·군·도에 학교비를 설치하고 공립보통학교 재정을 관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소장한 1927년 ‘마령공립보통학교 건축비’ 영수증에도 공립보통학교비용령에 따라 학교 설립구역 내 조선인에게 비용을 부담시켰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심 관장이 공개한 목배는 가로 30.1㎝, 세로 22.7㎝ 크기로, 1917년 4월 전남 광양군 진하면·진월면장을 지낸 안형선이 공립보통학교에 칠판과 교탁 등을 기부한 뒤 같은 해 9월 20일 하세가와 총독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목배는 기념·포상물의 일종으로 오늘날의 우승컵과 비슷한 형태다.

1922년 경남 거창군 가조동면에 거주한 변영섭이 가조공립보통학교 건축비로 120원을 기부한 뒤 받은 포장도 공개됐다. 사이토 마코토 총독 명의인 이 포장은 1922년 3월 학교 건축비를 기부한 뒤 같은 해 11월 15일 수여됐다. 크기는 가로 36㎝, 세로 27.3㎝다.

세 번째 자료는 1923년 전남 고흥군 도양면 풍덕리에 거주한 김상섭이 도양공립보통학교에 운동기구 2대를 기부한 뒤 받은 사이토 총독 명의의 포장이다.

심 관장은 총독부가 지역 유지들의 기부를 학교 건축과 교육시설 확충에 활용하는 한편 포상을 통해 기부를 독려하면서 식민통치에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심 관장은 “당시 조선인 유지들이 학교와 교육시설을 위해 기부하고 총독의 포상을 받은 자료는 식민지배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며 “친일 인사들의 행적뿐 아니라 자료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정확히 확인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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