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자광 (사)광주장애예술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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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자광 (사)광주장애예술인협회 회장

"지역 장애예술 이제 시작…상설거점 절실"
장애예술인 교육·창작·교류 위한 전용공간 제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계기 종합지원 강조

전자광 (사)광주장애예술인협회 회장
(사)광주장애예술인협회에서 장애예술인들이 공연을 앞두고 하모니카 연주를 하는 모습.
“장애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창작물을 선보일 기회만이 아닙니다. 언제든 찾아와 배우고, 창작하며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죠. 저는 그 공간을 ‘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전자광 (사)광주장애예술인협회 회장은 지역 장애예술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상설 문화예술공간 조성을 꼽았다. 장애예술인이 일회성 전시나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그는 “행사장은 잠깐 머물다 떠나는 곳이지만 집은 매일 돌아오는 곳”이라며 “장애예술인이 자유롭게 작업하고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문화예술을 함께 향유할 수 있어야 진정한 무장애 문화예술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최근 장애예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평가했다. 배리어프리 공연과 전시가 늘고 장애예술인의 작품 발표 기회가 넓어지고 있으나, 지속적인 교육과 창작,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애인 주차구역에 대한 인식이 오랜 시간에 걸쳐 달라진 사례를 들며 문화예술 접근권 역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지역 장애예술계의 변화는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광주장애예술인협회가 마련한 ‘인권과 예술전’은 올해 다섯 번째를 맞았고, 지난해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에이블아트위크’에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장애예술인 220명이 참여해 800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였다.

장애예술 작품을 전시장에서 미술시장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의미 있는 변화다. 중앙에 집중됐던 장애예술 아트페어를 광주에 유치하면서 작품을 거래하고 소장하는 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 회장은 “작품을 전시하는 것과 미술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거래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장애예술인의 작품이 정당한 평가와 가격을 받고 판매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언급했다. 실제 지역 장애예술인의 경제적 여건은 열악하다.

전 회장에 따르면 과거 조사에서 상당수 작가의 연간 예술활동 수입이 100만원 안팎에 머물렀다. 창작을 이어온 장애예술인 이더라도 전시 참여에 따른 수입이나 소규모 작품 판매 외에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의 창작 결과물이니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구매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작품은 장애 여부가 아니라 예술적 완성도와 가치로 평가받아야 한다. 장애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닌 정당한 보상”이라고 역설했다.

제11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장애예술인과 비장애인예술인이 함게 참여하는 아트페스티벌 ‘아포페니아’ 시즌5 모습.
이를 위해 전문적인 비평과 작품 기록, 저작권 관리, 기업 협업 등 장애예술인 창작물의 가치를 시장과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시각예술의 경우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 개발과 라이선스 계약, 공공기관 작품 대여 등도 장애예술인의 소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방안으로 꼽았다.

전 회장은 무엇보다 창작의 출발점인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가칭 ‘전남광주장애예술인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장애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작업실과 교육실, 전시·공연장, 작품 수장고와 기록시설을 갖추고 판매와 유통, 저작권 관리까지 지원하는 복합 문화예술거점이다. 접근성 지원 기능을 센터에 모아 다른 문화기반시설과 공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수어통역과 음성해설 등 전문 인력과 장비를 확보해 지역 공연장과 미술관이 함께 활용하도록 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전 회장은 “처음부터 거대한 시설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작은 공간이라도 먼저 마련해 상시 운영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속가능한 운영체계다. 단기 공모사업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만으로는 공간과 인력, 창작 경험이 축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모사업은 해마다 바뀌지만 공간은 매달 운영비가 필요하다”며 “통합특별시가 기본 예산과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문화재단과 문화예술기관, 장애예술인 단체가 역할을 나누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애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안정적인 일자리로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추진되는 장애예술인 고용 사례를 지역에 적용하고, 기업의 사회공헌과 공공기관의 작품 구매·대여사업을 연계한다면 창작활동과 소득의 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애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지역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전 회장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은 그동안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이뤄져 온 장애예술 지원체계를 하나로 연결할 기회”라며 “광주를 중심으로 전남지역 장애예술인까지 아우르는 광역 단위의 거점을 마련해 창작과 교육, 작품 발표와 유통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보다 문화예술 기반이 부족한 전남지역에는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 못한 장애예술인이 더 많을 수 있다”며 “통합을 계기로 지역 간 문화격차를 줄이고 장애예술의 가능성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송하종 기자 hajong2@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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