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모사피엔스의 고립과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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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호모사피엔스의 고립과 단절

문권옥 전남도 건강증진과장

문권옥 건강증진과장
현대 사회에서 1인 가구 증가와 디지털 기기의 확산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편리함과 자유를 제공하지만, 정신건강 측면에서 보면, 고립과 단절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는 자살률 증가의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되며,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서며, 이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1인 가구는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연결망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가족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 수행이 많지 않으며, 이는 정서적 고립감과 외로움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디지털 기기의 확산은 소통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은 종종 피상적이며,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소셜 미디어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쉽게 하여 자존감을 약화시키고,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디지털 소통이 대면 소통을 대체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점차 적어지고 있다.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고인류보다 더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세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이유가 사회적 학습과 문화 전달, 협력과 사회적 네트워크다.

호모사피엔스는 뛰어난 사회적 학습 능력으로 생존에 유리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전달했다. 이는 세대 간 지식 축적과 문화적 진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환경 변화에 대한 ‘반사적’ 적응을 촉진했다.

비친족 간 식량 공유, 장거리 교역, 의례적 관계 등을 통해 넓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는 자원 공유와 정보 교환을 촉진하여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디지털 기기의 확산은 현대 사회의 불가피한 변화다. 그러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점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정부에 ‘외로움부(Minister for Loneliness)‘를 설치하여 외로움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이 부처는 외로움 측정 방법 개발, 지역사회 주도 프로그램 시행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으로 카페 내 특정 테이블을 ’대화 환영 테이블‘로 지정하여 낯선 사람들 간의 대화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고립과 단절에 대한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고립과 단절에 따른 고위험군을 위한 맞춤형 정신건강 상담, 방문형 서비스, 커뮤니티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력하여 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상담·치료·사회적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용 습관을 확립하기 위해 학교, 직장, 지역사회에서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디지털 사용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한다.

지역사회 내 소모임, 자조모임, 멘토링, 자원봉사 등 사회적 연결망을 촉진하는 다양한 활동을 확대하여 고립감 해소와 소속감을 높이고, 오프라인 모임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병행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연결을 지원해야 한다.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낙인 해소를 위한 대중 캠페인과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정신건강 문제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전화·온라인 상담, 모바일 앱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접근성을 높여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연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이라는 불명예가 호모사피엔스의 고립과 단절이 원인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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